2014. 6. 20.
학교 행사로 인해 다른 반과 합동 체육을 하게 되었다.
체육 시간에 앞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오늘 체육시간에는 0반과 한다.
너희들도 알지만 우리와 0반은 체육 실력이 많이 차이가 나.
그러니 오늘은 더욱 결과보다는 너희들끼리 협동하는데 힘을 쏟아보렴."
"팀워크를 다지란 말이죠?"
아이들의 대답에 웃음으로 화답했다.
체육시간이 끝나고 돌아온 아이들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선생님, 우리가 다 이겼어요!"
"서로 응원해주고 분위기 좋았어요."
결과야 그렇다 치고 아이들의 표정이 밝고 활기차서 기분이 좋았다.
내 말을 기억하나 보다.
시간을 내어 느낌을 물어봤더니 협동이 잘 안된 것 같다는 아이는 두세 명뿐이었다.
아무렴, 속상했던 일은 있었겠지.
우리 반 남자아이가 15명인데 6명씩 두 번 달리기를 해서 3명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J와 K가 욕심을 내어 두 번 뛰어서 모두 5명이 한 차례도 뛰지 못했던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J와 K는 욕심을 부린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예전보다 협동이 잘 되는 것 같다며 칭찬했고, 아이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오후에는 회의를 했는데 진행이 수월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J가 갑자기 회장단을 바꾸자는 의견을 냈다.
여러 차례 손을 들었는데 발언권을 주지 않자 토라진 마음에 그런 것 같았다.
그때부터 회의의 방향이 회장단을 바꾸느냐 바꾸지 않느냐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회장단 중 한 명인 Y가 발언을 마친 뒤 속상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회의시간이 끝나고 나는 재난대피훈련을 마친 후 다시 회의를 하겠다고 했다.
이번 진행자는 가장 강하게 회장단을 바꾸자고 했던 J와 I가 맡으라고 했다.
J는 당당하게 잘할 자신 있다는 듯 크게 대답했다.
행사 후, 약속대로 J는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I는 못하겠다고 해서 S가 도와주기로 했다.
이전과 똑같은 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였다.
안건을 정하지도 못한 채 끝이 났다.
S는 진행하기 어려웠다고 한 반면, J는 재밌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손을 들어 생각을 표현하도록 했다.
"전 회장단과 지금 회장단 중에 누가 나았나요?"
두세 명을 제외하고 모두 전 회장단에 손을 들었다.
"J야, 너는 재밌었지만 친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보구나."
두 번의 회의를 통해 느낀 점을 발표하게 했더니 I가 손을 들었다.
"제가 회의를 진행했어도 잘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회장단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아이들에게 '콜럼버스의 달걀' 이야기를 짤막하게 들려주었다.
"남을 비판하기는 참 쉬어요.
하지만 자신이 행하기는 무척 어렵지요.
분명 지금 회장단은 부족한 점이 있어요.
하지만 비판만 하기보다는 더 잘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비판.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면서도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 역시 세상에 대한 비판으로만 그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내 삶을 돌이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