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녀석의 주체적인 삶

by 오늘을 살다

어릴 때부터 나는 우리 아이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기 바라며 가능하면 아이들에게 많은 선택권을 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똑같이 키워도 우리 집뿐 아니라 대부분 첫째보다는 둘째들이 더 독립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큰 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내가 책가방을 챙겨주는 게 당연하다 시피해서 2-3학년쯤 되었을 때야 스스로 가방을 챙겼던 것 같은데 둘째는 달랐다. 초등학교 1학년밖에 안된 녀석이 어느 날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내 가방 건드리지 마. 내가 다 챙겨놨는데 엄마가 손 대면 더 헷갈려."


나는 잠시 당황하여 이게 무슨 뜻인지 곱씹어 봐야 했다.


2학년 때쯤이었나? 방과 후 수업을 뭐로 할지 정하느라 나랑 한참을 의논했는데 막상 학교에 다녀온 아이의 방과 후 수업은 우리가 의논했던 그 수업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엄마랑 정했던 수업이 아니잖아!"

"내가 바꿨어."

"아니 왜?"

"내가 하는 거잖아! 내가 하는 거니까 내 맘대로 바꿨어."


너무 대수롭지 않게. 당연하게 말해서 할 말을 잃었다.


중3. 고등학교 입학 원서를 써야 할 시간이 왔을 때다. 당연히 우리 동네 일반고 중 하나를 택할 거라 생각했고 아이와도 자주 1 지망, 2 지망, 3 지망을 어디로 정해야 하나 이야기 나누었던 참이라 친구 엄마들이 물으면 우리 아이는 집 근처 **고등학교에 1 지망할 거라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러나 정작 원서를 쓸 때가 되니 생각지도 못했던 이름도 낯선 학교에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뭐? 거기가 어딘데? 뭐하는 곳이야?"


담임 선생님이 부르셔서 학교에 달려갔다. 선생님도 전혀 예상을 못했던 일이라 슬쩍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이셨다. 그러나 아이가 관심 있는 것을 배울 수 있는 학교라 하니 선생님께 원서를 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못 가더라도 후회는 없게요. 일단 써주세요. 선생님.


결국 가고 싶은 학과, 가고 싶은 학교엘 입학했다. 정말 갑작스럽게. 3년 내내 공부만 하면서 살기 싫다가 두 번째 이유고, 정말 하고 싶었던 분야였는지 생각보다 정말 재밌어하고 열심히다. 같은 관심분야를 가진 친구들이 모이니 아무래도 시너지 효과도 있는 것 같다. 가끔 작업하느라 공부에 너무 소홀한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어 넌즈시 "대학가서 해도 되지 않아?"하고 물으면 발끈하여 이렇게 말했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열심히 해보고 싶어. 멋지잖아!"


그렇게 스스로 자기 길을 찾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흐뭇하기도 하고 좀 더 편안한 길도 많을 텐데 혹시나 아이들이 선택한 길이 힘든 길일까 봐 걱정도 된다. 아니다 싶으면 또 다른 길을 찾겠지. 잘 살고 있는데, 쓸데없는 걱정.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할 일이 없겠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옆에서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일 밖에 또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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