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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과 생각

중국. 단순한 혐오를 넘어

중국인이야기를 읽고

by 송다니엘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더욱 멀게 느껴지는 한중일. 우리는 일본에 대해선 치를 떨면서도 일본제품에 대해서는 신뢰를 하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떠한가. G2라고 불릴 만큼 경제, 군사 등 많은 분야에서 세계 최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 나라에 대해 우리는 대개 '짱X'로 대표되는 차별과 무시는 기본이고, 코로나 사태로 혐오는 극에 달했다. ‘Made in China'라는 글자는 불신의 아이콘이며, 신세계, 롯데백화점 본점의 명품을 싹쓸이하고 명동거리에서 다소 소란스러운 그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하고는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중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그들의 역사는 제일 대표적으로 삼국지 정도를 알지 않을까.


나또한 이와 같은 근거 없는 혐오와 몰지각함에 있어 자유롭지 못했다. 중국 현대사에 대한 나의 이해는 ‘에드거 스노’라는 사람의 일대기를 읽게 되면서부터이다. 그는 당시 신화로만 사람들에게 알려진 ‘중국공산당’을 직접 방문취재하여 《중국의 붉은 별》를 출판했고, 세상에 마오쩌둥과 중공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을 직접 겪고, 미국인으로서 소련에서의 생활을 하는 등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도전적인 삶에 감동을 느꼈었다.


그의 일대기 덕분에 청 말, 신해혁명부터 중공이 어떻게 장제스를 대만으로 몰아내고 중원을 차지하게 되었는지 등 중국 현대사에 대한 굉장한 흥미가 생겼다. 그렇게 중국인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7권이나 되는 이 시리즈 내에 수많은 이야기가 있겠지만 몇 가지로 압축해보고자 한다.

1. 사람
“땅을 잃어도 사람만 있으면, 사람과 땅을 보존할 수 있다. 땅을 보존한다 하더라도, 사람을 잃으면 땅과 사람을 모두 잃게 된다.”

장제스, 마오쩌둥 두 지도자의 차이점도 무궁무진하겠지만 공통점도 굉장히 많다. 그 중 하나가 무엇보다 사람을 중요시했다는 점이다. 유비가 삼고초려 끝에 제갈량을 얻은 것처럼 만고불변의 진리이기도 하다. 장제스는 많은 실책을 저질렀지만, 대륙에서 쫓겨나면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훌륭한 사람을 대만행 비행기를 태우고자 했다. 마오쩌둥도 마찬가지이다. 대장정으로 대표되는 생사의 위기에서도 사람을 챙겼다. 그리고 그가 챙긴 사람들은 결국 위대한 일을 해냈다. 한편, 우리 사회를 보자. 진짜 사람이 먼저일까.

2. 권력
“천하를 놓고 싸울 때는 한 몸과 같았지만 천하에 군림하자 남은 건 결별이었다.”

한신과 장량. 제일 유명한 예다.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한고조가 되자 처형당한 한신. 권력으로부터 떠난 장량. 중국 현대사도 역사의 반복이다. 천하의 모택동도 1인자의 위치에 오르자 의심이 많아졌고, 그처럼 교묘하게 동지들을 사지로 몬 인물도 없을 것이다. 수많은 2인자, 3인자들은 토사구팽 되었다. 류사오치, 펑더화이, 린뱌오 등등. 그 중에 한번도 실각되지 않은 이는 저우언라이가 유일하다. 천하를 호령하던 장개석, 마오 그들도 1인자의 위치에서는 수많은 실책을 저지른다. 현대에 사는 우리도 고민해 볼 법한 문제이다.


한편, 실각을 거듭했던 덩샤오핑. 그는 결국 최고지도자의 위치까지 이른다. 그는 그 위치에서 문화대혁명으로 망가진 중국을 변화시킨다. 최고의 위치에서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겨야지만 그 위치에서도 현명할 수 있는 건지 그를 통해 생각해본다.

“고립이라는 낡은 길은 멀리하고, 세계를 향해 우리를 개방시켜야 한다. 한번 갔던 길은 다시 가지 말자. 낙후와 빈곤만이 있을 뿐이다. 무슨 일이건 빨리 해치워야 한다. 느려 터지다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돈이라면 효율이 생명이다. 무모하지 않으면 할 일이 없고, 되는 일도 없다.”
“회의는 소규모, 짧게. 발언은 짧을수록 좋다. 회의는 문제해결이 목적이다.”
“지위가 높을수록 말이 너무 많다. 같은 내용이 반복되고 새로운 언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중복된 발언을 하려면 간결하고 핵심을 찔러야 한다. 형식주의는 관료주의와 다를 게 없다. 시간이 황금이다. 일 많이 하고 말은 적게 해야 한다.”

3. 공산주의

러시아도 러시아지만, 특히 중국 역사를 보며 70년 전부터 수십년 간 이어졌던 비정상적인 사상교육과 매카시즘의 광풍, 지금까지 이어지는 종북논란 등을 이해해본다. 실제로 국민당이 대륙에서 쫓겨날 때에 당 내에는 수많은 공산당 첩자가 있었다. 물론 국민당도 있었겠지만, 첩자부터 농민들에 대한 사상교육 등 공산주의에 대해 기반이 없는 국가가 두려울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권력 기반이 불안한 나라의 지도자라면.. 시간이 지나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각으로, 그들의 주도면밀함에 혀를 내두른다.


그리하여 생각하기를, 공산주의는 비단 마르크스의 이론으로만 설명되는 것이 아니고, 엄청난 인물들에 의해 현실이 된 것이다. 물론, 견제 받지 않는 정치 집단은 결국 부패하기 마련이고, 중국 또한 러시아와 같은 길을 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홍콩, 티베트, 위구르 등이 지금의 중국을 떠날지도 모른다. 인류 역사상 한 번도 없었던 체제이자, 등소평의 개혁 이후 이어지는 중국이 어떤 행보를 보일까. 아마도 천안문 사태만큼이나 홍콩에 이은 코로나 사태는 중국에게 또다른 시험대이자 변화의 촉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4. 학문, 그리고 정치

말로는 기초과학에 투자하겠다고 하지만,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은 사장되는 우리 사회. 대학생에게 대학은 취직의 발판이 되고, 대학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린 건 오래다. 우리가 중국보다 잘 산다고 자부심을 가질 때에도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서 핵무기, 위성 등 최첨단 산업에 앞장섰고 수많은 노벨상을 수상했다. 핵무기, 노벨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는 학문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가 사뭇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시사한다. 과연 우리가 그들보다 못나서일까.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앞으로도 기초학문을 경시하고, 그저 자본의 논리로만 이를 따지며, 근시안적인 정책만 남발한다면 우리의 미래에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 다소 걱정해본다.

한편, 우리 정치에 꼭 필요한 말이다.
“정당들 끼리 티격태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가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지위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정견의 차이는 국내 문제에 한정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외에서 정부의 체면을 유지하기 힘들다. 정확하고 모든 것을 초월한 정치 사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역사와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조국의 역사를 제대로 정독하지 않은 사람에게 애국을 바라는 것처럼 허망한 일도 없다.”
-장바이리


“역사, 대접받아 마땅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당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남들은 알 수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는 중요단계마다 착오가 많았다. 시비와 공과는 언젠간 밝혀진다.” -쉐줴짜이

독서광 쑨원. 뭘 좋아하냐는 질문에 “혁명, 여자, 책”이라고 말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길은 독서밖에 없다.”

“지식이 힘이다. 믿을 거라곤 머릿속에 든 지식 밖에 없다. 지식을 갖춰야 경험을 활용할 줄 안다. 세상에는 어려운 일이 없다. 마음가짐이 문제다.” -쑹자수

“세상에 어려운 일은 없다. 등산하듯이 한발한발 기어오르면 된다.” - 마오

‘겉과 속이 달라야 세련된 사람’이라는 중국인들의 꿍꿍이를 책 몇권을 읽었다고 얼마나 알겠느냐마는, 기존처럼 혐오의 눈으로 무관심할 수는 없다.


한편, 나 또한 좁은 시야로 예단할 수는 없지만, 엄청난 자본으로 해외 경제를 주름잡는 중국인들을 보며 외국인 또한 그들을 경계한다. 실제로, 한 네덜란드인은 중국인이 절반 이상의 암스테르담 땅을 가지고 있다며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하여 한중일을 제외한 다른 사람 눈에는 한중일, 비슷하게 생긴 ‘Asian'인데. 우리가 중국과 일본을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비판을 할 수 있겠지만, 언제까지 이해가 부족한 채로 무시하고 혐오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단 중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특정 인물, 종교, 계층, 인종, 국가에 대한 혐오를 지양하고 더욱 성숙한 우리 사회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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