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곳에서의 첫 학기가 끝나간다. 수업을 나름대로 열심히 들었고, 모르는 것에 대해 알아가는 것과 동시에 내가 어떤 분야로 더 나아가고 싶은지, 또 어떤 부분을 메우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저번주 금요일엔 다음 학기 선택 과목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의 시간이 있었다. 이런 연유로 다시금 원래 세웠던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처음 생각 중 하나는 모델링에 대한 공부를 아주 깊게 하고 싶다는 것.
그래서 원래 주어지는 것보다 머신러닝이나 AI 등의 프로그래밍 수업을 더 들을까 싶었는데, 그 와중에 요즘 핫하다는 ChatGPT를 떠올려봤다. 사실 이젠 웬만한 문제를 던져주면 AI가 알아서 코딩까지 직접해버린다. 그뿐만 아니라 시 작성, 논리적인 설명문, 레포트 작성까지 모두 할 수 있다. 그 언어 구사력이 어찌나 놀라운지 웬만한 시인보다 나아 보인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코딩을 엄청나게 해봐야 AI보다 못할 게 뻔한 데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다가 이젠 내가 하는 직업마저 사라지는 건 아닐까 싶은 위기감이 든다. 즉 모델링 쪽으로 전공하는 게 맞나 싶은 생각까지 드는 거다.
AI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영화를 볼 때마다 풀 뜯어먹는 소리라며 그런 세상이 언제 오겠냐 했었다. 2주 전에 처음 그 ChatGPT를 볼 때만 해도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이젠 갑자기 위기감이 바로 내게 느껴진다.
무서운 건 맞다. Nature나 Science에서 AI를 공저자로 채택시키지 않는 이유를, 원래 저자는 본인의 연구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인데 AI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논쟁이 있는데, 이는 완전한 자율주행차가 혹여나 에러가 발생해 사고가 났을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어디에 물을 것이냐는 거다. 물론 이는 지금 사람이 운전해 사고가 나는 것보다 훨씬 낮은 확률이라고는 하지만, 본인이나 본인의 가까운 사람이 사고가 난다면 확률이 낮으니까 괜찮다고 하지는 않지 않겠는가.
이런 고민을 꼬리에 꼬리를 물면 지금 사회는 더더욱이나 Technology-Driven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의 감정, Mind-Driven도 무시할 수 없는 게, 애플워치가 편하다고 차는 사람이 있는 반면, 롤렉스가 좋다고 차는 사람도 있지 않는가. 자동차에 있어서도 자율주행차가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비싼 스포츠카를 운전하고 싶은 이도 있는 것일테고.
결론적으로 AI가 우리의 일상을 많이 바꿀 것이고, 정말 많은 직종이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질 거라고 확신한다. 예전에는 그냥 생각하던 게 이 기술을 직접 목도하니 체감이 된다. 그곳에서 인간의 역할이라면 책임, 그리고 인간만의 감정, 옳고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지각이 아닐까. AI는 모든 정보를 쏟아내고 근거는 내릴 뿐, 마지막 판단은 결국 인간이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걸 두려워하기보다 받아들이고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공부를 나아가는 게 방향성이라 믿기로 했다. 그게 맞는 것일테고.
차후에 AI가 본인 스스로, 기후변화를 대응해 전기망 등 최적화 모델을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AI에게 그런 모델을 만들게 할 수는 있어도 결국 이를 판단하는 게 사람이 아니겠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뭐가 옳고그른지 판단하려고 이것저것 공부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소모하는 점에서 과연 환경친화적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 전력 문제가 큰 이슈로 점점 더 부상할 것이고, 보안문제도 불거질 거라 예상된다.
그나저나 이 AI의 핵심은 데이터 퀄리티라고 한다. 앞으로 얼마만큼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할지 기대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