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과 에너지전환
탄소 배출과 에너지전환.
Part I. 탄소세
탄소세. 탄소 배출할 때마다 세금을 내는 거다. 나로선 이게 최근 몇 년 간의 논의 끝에 나온 개념인 줄 알았는데, 얼마 전 수업을 통해, 독일에선 이미 30년 전에 이를 정치적인 논제가 되었다는 걸 알았다. 뭐 물론, 이를 제안한 당시 환경부장관에게 경제부장관은 ‘독일만 도입하면 국제적인 경쟁력이 없으니 EU가 도입한다는 가정 하에 찬성한다.’ 즉 경제적으로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고, 그 결과 도입되진 않았다.
내 생각엔, 이런 논의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그런 한편, 지난 30년간 말만 하고 행동하지 않았기에 작금의 상황을 야기한 건 아니겠냐고도 생각해본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뭐 독일은 당장 올해부터 기름 넣는데 적지 않은 탄소세가 부과된다. 이를 모르는 대중들도 많다.
실제로 설문조사 결과가 있는데 흥미롭다. 유럽연합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는 70%가 찬성하는데, 본인들 기름값에 탄소세 부과하는 건 46%만 찬성한다. 이보다 더 급진적인 기후정책인 EU 그린뉴딜은 59%가 찬성하고, 이 정책의 일환으로 탄소세를 더 부과한다고 하니 29%만 찬성한다. 사실, 뭐 지역마다 다르다. 역시나 구 동독 지역이 문제다.
실제로, 독일은 교토의정서에서 제시한 탄소 감축 목표를 달성했다. 뭐, 그래도 갈 길이 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논의라도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참 요원하다.
Part II. 에너지전환 총론
Renewable Energy Technology라는 수업이 있다. 말 그대로 재생에너지에 관한 것인데, 바이오매스, 태양광, 지열, 풍력, 수력 발전 등에 대해 다룬다. 세부적인 에너지에 대한 수업 전에 기본적으로 열역학에 대한 설명부터,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다루는데 흥미롭다. 흥미로운 것을 넘어서 에너지전환에 대한 전망, 현실적인 어려움 등을 다루는데, 사실 다소 절망적이다.
왜냐고? 에너지전환을 제일 잘하고 있다는 나라인 독일에서도 이것이 거의 불가능한 과제라는 것이 느껴져서이다. 독일은 올해 부로 원자력발전을 중단할 예정이다. 2038년 부로, 석탄 발전도 중단할 예정인데, 이를 대체할 것으로, 태양광, 풍력 발전뿐만 아니라, 유럽전력망 (European Grid), 천연가스 발전 등을 꼽고 있다.
태양광 발전부터 생각해보자. 햇볕이 많이 쬐는 3월부터 10월, 주간에는 전기수요를 어느정도 감당할 수 있지만, 그 이외의 기간에는 결국엔 다른 에너지를 써야 된다는 점을 생각해본다. 뭐 그러면, 에너지 저장장치를 많이 만들면 되지 않냐고?
구체적인 수치로 독일 내 총 전기 수요가 매일 1.65TWh인데, 이를 넉넉잡아 며칠 정도 필요하다는 가정 하에 이를 대략적으로 계산하면 10TWh이다. 현재 독일 내 기계식 에너지저장장치를 다 합쳐봐야 0.04TWh, 백만대의 전기차의 배터리에 저장한다고 가정했을 때, 이론적으로 0.02TWh, 실제로는 0.003TWh 정도 밖에 안 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Chemical Storage, 즉, 수소 혹은 SNG 저장장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전기에너지를 지하에 보관한다고 하면, 이를 감당할 수 있겠지만, 이는 아직 너무나도 비싸고, 이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할 테고, 과연 그 많은 걸 다 설치할 수 있겠냐도 싶다. 이런 걸 생각하면 과연 석탄 발전, 하다 못해 천연가스를 우리가 안 태울 수가 있겠는가 싶으면서, 그럼 과연 섭씨 2도까지로 제한한다는 목표 자체가 가능하긴 한건가 싶은 생각이 든다.
독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50년까지 전기에너지 수요에 있어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80%까지 부담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도 어디까지나 전기 수요가 20%로 줄어든다는 가정 하에 세운 계획이다. 교수 본인도 전기 수요가 줄어든다는 걸 절대 믿지 못한다고 수차례 얘기했다. 나라도 그렇다. 전기차는 더 많이 만들거고, 인터넷은 점점 빠른 것을 요구할 테고, 데이터 서버, 저장에 대한 전력 수요도 어마어마할 거다. 80%, 이것마저도 거의 불가능해보이는데, Net-zero emission이라? 거의 안 된다고 봐야 할 거다.
이건 어디까지나 전기에너지. 전기는 그나마 가능성이라도 보인다. 그렇다면 Heat Demand, Transportation은 어떻게 할 것인가. 열에 대한 전환. 현재는 1490TWh에 달하는 열 수요에 있어, 태양광으로 10TWh, Biomass로 58TWh, 지열로 7TWh를 충당하고 있다. 나머지 1000TWh는 화석연료가 부담한다. 2050년엔 이를 52%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계획이고, 더 많이 생성할 수 있는 전기로 Heat Pump를 돌리고, 수소 에너지로 이를 어느정도 충당하고, 물론 지열이나 Biomass로 발전도 더 한다고 하지만, 이는 전기보다도 훨씬 어려워보이고 어찌 보면 불가능해 보인다. 실제로 2050년의 계획엔 그때까지도 화석연료를 500TWh를 사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이 2012년에 세운 시나리오라 다를 수도 있지만, 이마저도 이상적으로 보인다. 화석연료를 태우면서도, 이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기술인 CCUS에 대한 개발도 있다곤 하지만, 그 모든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까지가 모두 에너지 전환에 있어 선도적이라는 독일의 모습이다. 어제 빌 게이츠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그가 그렇게도 많은 공부를 하고 내린 결론이 결국 원자력을 해야된다는 것이었는지, 기후변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원자력 발전에 대해 투자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책을 봤을 때도, 원자력에 대해 다뤘던 걸 기억한다. 원자력이 지속 가능하지 않고, 무엇보다도 절대 경제적이지도 않은 에너지임에도 지금까지 논쟁이 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일까?
한편, 교수는 이렇게 challenge한 과제라고 하면서도, 원자력에 대해선 굉장히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또,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설문을 했는데, 원자력을 당장이라도 폐쇄해야 된다는 의견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교수는 독일 학생들을 대상으로만 이 설문을 했으면 분명히 다른 결과가 나왔을 거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난 이에 대한 해답을 잘 모르겠다.
또다른 통계가 있는데, 중국 사람들이 미국인들처럼 High Life Standard를 누리기 위해 전기 소비를 하면 현재 총 전기 소비와 똑같은 양 만큼이나 증가할 것이고, 전세계 모든 인구, 그리고 앞으로 늘어날 인구까지 고려하면 현재 전기 소비량의 6배가 될 거라는 통계다. 그러면서 선진국들은 본인들의 전기 사용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동시에, 북아프리카의 태양광에서 본인들 에너지를 끌어올 생각을 하고 있다. 백신 사태부터, 이 모든 걸 고려하면 기후변화가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다소 절망적인 전망을 스스로 내리게 된다.
과연 이것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정말 모든 걸 해결한다는 신념에서 하는 걸까? 나는 어쩌면 이는 ‘그래도 우리는 조금이나마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어.’라는 자기 위안을 삼기 위한, 죄책감을 덜기 위한 일종의 최면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해 공론화한 것이 1987년, 앨 고어가 불편한 진실을 낸 게 2006년인데, 사실 이산화탄소 배출은 이때부터 줄지 않고 오히려 급증했다.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기후변화에 관한 정책, 정상 회담 등이 어쩌면 기후변화 쇼라고 느껴질 만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이 시점에서 과연 우린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가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이다.
이 모든 건 에너지전환에 관한 생각이다. 다른 모든 생활에서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것들은 어떠한가. 플라스틱, 육류 섭취 등등. 어찌보면 에너지는 이에 비해서는 더 간단해 보인다. 그래서 더 절망적이다.
Part III. 각 에너지의 간략한 특징
지열.
독일의 지열: 바이에른 지방, 그리고 라인강 유역. 그리고 광범위한 북부 지역이 지열 발전의 잠재량이 있다고 연구된 곳이다. 뮌헨 주변에 꽤 많은 지열발전소가 있다는 것에 사뭇 놀랐다. 주변 땅속 온도가 높다고 한다. 또 광범위한 북부지역은 지금까지 지열 발전소가 없다. 아버지 친구는 아마도 그런 이유로, 그쪽에서 일하는 듯하다. 원래는 석탄을 캐던 곳에서, 그 땅을 파던 기술을 지열 발전에 적용하는 셈이다.
그래. 지열발전의 제일 중요한 건 땅을 파는 거다. 땅을 파는 것, 시추 자체가 투자 비용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지열 발전의 잠재량(Geothermal Potential)은 현재 전세계 모든 열 수요의 두 배 정도 된다. 대부분의 포텐셜은 역시나 판이 만나는 곳. 즉, 큰 지진도 많이 나고 화산활동도 활발한 곳이 지열발전에 유리하다. 땅 속의 열이 뜨거운 거니까.
지열 발전의 기술적인 부분은 열역학을 바탕으로 한다.
지열 발전에 따른 여러 부작용, 환경적인 요소 중에 지진도 잠시 언급됐다. 댐 건설, 석탄 및 여러 광산에서 규모 4.0 전후의 지진이 날 수 있다면, 지열발전은 규모 3.0 전후의 지진이 난다는 내용이다. 뭐 또, 프라이부르크 근처의 한 도심에선 지열 발전을 하려다가 시추를 잘못하고, 물을 주입하는 바람에 지면이 50cm까지 올라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매스.
음.. 바이오매스 태우면 탄소 나오는데 이게 어떻게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결국 이는 자연적으로 배출되는 탄소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게 교수의 설명이었다. 뭐 그렇다고 하니 받아들이기로 했다.
바이오매스도 기술적인 어려움들이 있었는데, 불순물을 어떻게 잘 처리해야 되고.. 효율을 어떻게 올릴 수 있고, 그런 내용이 대부분이다. 뭐 당연히 열역학이다.
에너지전환의 하나 관점으로, 바이오매스를 위한 새로운 발전소를 짓기보다는, 기존의 석탄발전소에서 바이오매스를 태우는 개념이 있다.
또, 내연기관 차의 연료를 대체할 바이오-메탄, 천연가스를 대체할 바이오가스, 또 엄청난 양의 에너지저장을 할 수 있는 Synthetic Gas 등. 기존 산업을 완전히 파괴하지 않고 이를 대체할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했다.
수력은 어떠한가.
세계 전체 전기 발전량의 16%를 해당하는 게 수력발전이라고 교수는 도입부에서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석탄은 37%, 천연가스는 23%. 수력은 이에 이어 세 번째에 해당한다. 수력발전의 장점이라면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점. 그리고 한 번 지어놓으면 100년 이상까지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독일의 경우엔 기술적으로 가능한 (Technically feasible)한 곳엔 이미 거의 설치했다고 하는데, 유럽 내 최대 수력발전국가인 노르웨이는 앞으로 지금 발전하는 만큼의 발전소를 더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참고로, 노르웨이는 국가 내 전기발전의 93%를 수력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수력발전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개념이 있는데, 하나는 흐르는 강물에 터빈을 만들어서 발전하는 개념. 하나는 댐 만들고, 높이 차를 이용한 발전이다. 둘 다 대부분 위치에너지를 이용하는 거다. 운동에너지, 즉 유속을 이용하면 손실이 커서 경제적이지 못하다고 직접 수식을 쓰며 교수는 설명했다.
각설. 전자는 대규모로 지으면 발전용량이 50MW정도, 후자는 중국의 싼샤댐, 브라질의 Itaipu의 초대용량 발전소는 20GW 정도로, 엄청나다. 물론, 후자가 더 환경적인 영향이 큰 건 당연하다. 또, 수력발전 자체가 인위적으로 댐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물을 가둬놓는 등 환경적인 영향이 없다고 할 순 없다. 그래서 여러 발전소에 생태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물고기가 움직일 수 있는 통로도 만들고, 여러 가지 대책을 교수는 설명하는데, 듣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시화 수력(조력)발전소도 하나의 예로 나왔는데, 아무래도 투자비용이 너무 크다며, 조력 발전에 대해 조금 더 기술적인 발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애초에 바닷물을 막고 발전하는 건데 역시나 친환경적이라고 보기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