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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다니엘 Jan 09. 2024

프라하 여행기

동유럽의 진주

10년 전에 첫 유럽 여행을 왔던 시절을 떠올려본다. 어리기도 어렸거니와 여행 경험도 전무했고 영어로 말하는 것도 꽤 어색했다.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를 잘하는 친구가 옆에 있어 그가 하는 말을 유심히 들었다가 그런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가 이를 인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파리,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프라하를 도착했는데, 지금 보니 꽤 먼 거리를 이동한 셈이다. 그때를 회상하면 단 하루를 묵었지만 프라하는 참 아름다웠다. 도시도 사람들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때만 해도 이 정도까지 대규모 관광객이 이곳을 찾지는 않았던 것 같은 기억이다.


프라하를 도착해 예전에 미처 가지 못했던 비셰흐라드부터 서둘러 갔다. 시내에서 블타바 강을 따라 조금 가면 있는 중세의 성으로 성당과 마을이 있는 소박한 곳이다. 특이할 점이라면 서유럽과는 다른 건축양식이라고나 할까.


비세흐라드 내 성당

다음은 구시가지에서 카를교를 건너 프라하 성을 보는데 마치 부다페스트의 페스트와 부다 왕궁이 떠오른다. 물론 건축양식은 다를 수 있지만, 강 건너 고지대에 있는 부다 왕궁과 프라하 성이 유사하고, 시가지가 형성된 페스트와 프라하 시내가 비슷하다고 느끼는 바다. 높은 곳에서 성벽을 쌓았으니 외적 침입에 유리하면서도 사람들을 통치하기도 용이하지 않았겠는가. 높은 곳에 권력이 있다는 격언처럼. 프라하 성이 부다 왕궁에 거의 4백년 정도 앞서니 원조라고 말하는 게 부다페스트에 실례는 아니지, 싶다. 최초엔 보헤미아 왕이 프라하 성을 만들고, 이어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도 이곳에 살았는데, 이는 부다페스트의 사정과도 비슷하다.


구시가지
프라하 성 내 건축물

또 특이한 점이라면, 이건 폴란드 바르샤바와의 공통점인데 시가지 내 스트립쇼와 같은 게 유난히 많다는 점. 동구권 국가에서 오는 특징이 아닌가 싶은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쩌면 이건 국민소득과 무관하게 계속 산업으로 유지될 거란 생각도 함께한다. 암스테르담이나 함부르크와 같은 경우처럼.


첫날 저녁엔 시내에 관광객이 너무나 많아서 호젓함을 느낄 수 없었다. 빽빽하게 인파가 가득해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이게 오버투어리즘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싶었다. 찾아보니 유럽 내에서 파리, 런던, 로마, 이스탄불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비가 흩날리던 다음 날, 떠나기 전의 프라하에선 그래도 호젓함을 느낄 수 있었다. 10년 전 처음 이곳을 방문했던 내 어린 시절도 회상해보며.


그렇게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카를교, 프라하성을 뒤로 하고 카를로비 바리로 떠났다. 그곳의 수도원을 방문하지 못한 게 조금은 아쉽고 끝내 들어가지 못했던 대성당도 마음에 남았다. 하지만 굳이 이곳을 다시 방문할 일이 있을까 싶은 생각도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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