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기행

by 송다니엘

작년 연말, 독일 관청으로부터 거주 허가가 나왔다. 그전까지만 해도 독일 밖을 나갈 수 없는 몸이었는데, 합법적으로 출입국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를 이야기하니, 이태리 친구가 놀러오라고 했다.


어머니는 매번 갈 수 있을 것 같아도 그런 기회가 흔히 찾아오는 게 아니고, 오죽하면 괴테는 이태리 가서 책을 썼는데, 가면 좋지 않겠냐고 했다. 당시 괴테 이야기를 듣자마자 고민을 끝내고 비행기표를 끊었다. 안타깝게도 이후, 친구가 코로나에 확진되는 바람에 여행을 취소했고, 세 달이 지난 지금 오게 됐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오랜 기간, 관료조직에서 일한 그가 2년 남짓 이탈리아 전역을 돌아다니며 느낀 소회를 적은 글이다. 당시 나는 안정적인 삶을 접어두고 새로운 도전을 떠난 한 사람의 삶에 깊게 감명받았고, 이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실로, 삶의 나침반이 된 책이다.


몇 가지 그의 글을 소개해본다.

“지난 몇 년 동안은 마치 병이 든 것 같았고, 그것을 고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이곳을 내 눈으로 직접 바라보며 이곳에서 지내는 것뿐이었다. 이제야 고백하건대, 그때는 정말 라틴어로 쓰여진 책 한 권, 이탈리아 지방의 그림 한 점조차 바라볼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 짐을 꾸리는 일은 어렵지 않다. 내게 그토록 사랑스럽고 소중했던 모든 것을 뿌리치고 떠나왔지만, 지금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 너무 많은 준비를 한다는 말이 절실하게 마음에 와닿는다. 내일이면 우리는 나폴리로 간다. 나는 저 낙원 같은 자연 속에서 새로운 자유와 기쁨을 얻을 것이다.”


수려한 경관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지식 함양과 자기 수양을 위해서 당시 유럽인들은 본인들의 문명의 고향, 영원한 수도 로마를 찾았다. 실로 이탈리아는 온 국토가 박물관이다. 친구 덕에 여행자가 쉽게 가지 못할 유서 깊은 도시를 방문한다.


열흘만에 괴테가 그랬던 것처럼 깊은 내면적 성장을 이루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친구의 어머니가 해주는 이태리식 진수성찬과 따뜻한 환대 덕에 유럽에 오고 제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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