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에 대한 감사와 존경
스포 없음
벌써 35년쯤 된 영화인가. 톰 크루즈를 당대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이자, 개인적으로는 2011년 사관학교 면접 당시, 정훈 교육 차원으로 처음 봤던 걸로 기억한다. 워낙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조작되었을 수도 있다. 혹자는 영화 속 톰 크루즈가 공군 조종사 아니냐고 하겠지만, 사실 해군 조종사다. 우리나라는 항공모함이 없는지라, 해군 전투기 조종사는 없지만 탑건은 해군이라는 점을 명심해두자. 무튼, 이 영화 때문은 아니었지만 10여년 전, 사관학교에 입교했고, 9년이란 시간이 지나 군복을 벗었다.
새로 나온 영화는 어땠냐고.
평론가들은 다분히 오락 영화로서의 본분을 충실히 한 웰메이드 영화라고 이야기할 듯하다. 나 또한 영화만으로 봤을 땐 역대 최고의 영화라고, 오스카 작품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최근 나온 영화 중에선 제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한편, 톰 크루즈 주연답게 다분히 미션 임파서블에서나 나올 법한, 현대 무기체계의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는 비현실적인 요소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편이 현실과 가깝다고 생각해본다. 영화는 영화일뿐.
이는 차치하고 우리 아버지와 동갑인 환갑의 나이에도 미친 액션을 소화하는 것에 톰 크루즈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또, 전편의 여러 장면이 오버랩되며 향수를 자극하는 것도 사실. 이는 첫 장면에서부터 Kenny Loggins의 음악과 함께 항공잠바를 입고 라이딩하는 매버릭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론, 30년이 지나 조종사로서의 실질적인 수명이 끝난 주인공에 대해 감정이입을 세게 했다. 군복을 벗던 때의 시원섭섭한 기분을 다시금 생각하며..
배를 조함할 당시 난 무한한 책임감에 두렵고, 한 달에 20여일을 바다에 있으면서 하루에 길게는 10시간 넘는 함교에서의 시간이 그렇게도 싫었는데, 가끔은 스스로 꽤 멋진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아직도 가끔 배를 모는 꿈을 꾼다. 마도로스의 꿈이라도 남아있는 걸까.
사실 이보다도 내가 더 감정 이입했던 건 나의 동기, 선후배 장교, 전우들에 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나와 가깝진 않았지만 얼마 전 순직했던 공군 동기 때문에 더욱... 사실 역설적이다. 마냥 군대가 싫어서 전역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군복 입고 있을 땐 높이 사지 않았던 수많은 군인으로서의 가치들이 지금 와서야 크게 느껴지고 존경심을 느낀다는 게.
오늘 독일인 친구가 점심 때 내게 물었다. 공부 마치고 독일에 계속 있을 거냐고. 나는 이곳에서 일을 할 생각이 있다고 했더니, 이어서 시민권을 받을 생각을 하고 있냐고 묻는다. 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한데, 이는 해군에서의 삶이 내게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했다. 독일인 친구는 외국인이 시민권 받았을 때 축하하는 파티를 못하게 되었다고 아쉽단다. 독일어로 감자파티라는데, 감자를 던지고 맥주를 진탕 마신다고 한다. 참으로 독일스러운 파티다.
뭐 이 같은 연유로 배를 타는 기회가 있을 때 더 타려고 하고, 그때의 기분을 느끼고 싶은 듯하다. 아마 죽을 때까지 이 향수, 그리고 지금 이순간에도 묵묵히 그 일을 하는 분들께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고 살거다. 이런 이유가 이 오락영화를 곱씹게 한다.
한국에선 아직 개봉을 안 했지. 아쉬운 일이다. 시간 되면 보기를 추천해 드리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