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일기

교내 대회 우승

by 송다니엘


반년 교내 풋살대회에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긴장을 해서일까 혹은 감기의 여파 때문이었을까. 경기 당일 소화가 잘 안 되고 몸이 너무 무거웠다. 처음부터 우승 후보와의 경기. 190cm에 가까운 키에 독일인 특유의 강한 피지컬과 발밑도 좋은 아마추어 선수급, 자타공인 최고 에이스와 교내 최고의 골키퍼도 있다. 다른 친구들도 어느 정도 볼을 잘 차는 애들이었다. 작년엔 우리팀 주축이 꽤 빠지기도 했지만, 이 팀에 3대0으로 졌다. 수비적으로 운영했던 지라 7대 7 경기치고, 고작 두세 번 정도의 찬스 밖에 없었고 투박한 플레이가 주를 이뤘다. 나로선 측면 돌파 후, 슈팅한 게 무위에 그친 게 아쉬웠다. 날씨도 한몫했다. 0대0으로 경기를 마치니 나로선 비극적인 작년의 결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인 건 다음 경기는 조금 수월한 상대. 볼을 많이 안 차본 친구들이었다. 그럼에도, 무수한 기회 속에 전반까지 골문을 열지 못했고, 모두 조급했다. 그렇게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내가 수비 공을 뺏고 슛했고, 키퍼가 막은 걸 리바운드로 한 번 더 집어넣었다. 뭐 그다음부터는 애들도 부담이 줄었는지 다득점 경기가 됐다.


두 경기가 끝나고 6팀 중 네 팀이 올라가는 결선 토너먼트에 올라갈 확률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에 부담감이 줄었다. 다음 경기는 매주 수요일마다 상대해본 친구들. 체력, 속도, 기술이 좋은 친구가 많았다. 그래도 우리 수비가 피지컬이 좋고 발밑도 좋은 편인지라, 상대편은 박스 안에 거의 진입하지 못했다. 우리도 많은 기회를 잡진 못했지만 몇 번의 기회 중 득점했고 1대0 신승을 거뒀다. 1대0이 된 후, 나는 중원에서 수비적인 역할에 집중하며 공격작업에 크게 관여하진 않았다. 예선 경기에서 그렇게 1번 시드를 잡고 준결승 경기. 동일한 상대와 경기를 했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졌기에, 전반은 안 뛰고 쉬었는데 0대0이었다. 나는 후반에 들어가서 최전방에서 전방 압박을 주로 하다가, 측면 돌파 후,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의 공간에 컷백을 넣었는데 노마크에서 친구가 득점했다. 또, 2대1 패스로 마찬가지로 측면 붕괴 후 컷백을 했는데 이번엔 자책골이 되었다. 경합상황에서 공을 뺏고 전진해서 추가득점도 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뭐 그렇게 2대0이 되자 승부는 결정지어졌다. 이번에도 무실점이었다.


결승전. 뙤약볕에서 네 번의 경기를 하면서 지치기도 했지만, 나는 드디어 몸이 편하게 느껴졌다. 상대는 첫 번째 경기 상대팀. 쉬는 시간에 결승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진짜 결승에서 만났다. 이번에도 최전방 톱이었는데 우리 팀도 수비적으로 운영하는지라 찬스가 많이 없었다. 한번은 박스 밖에서 세컨볼 찬스가 와서 퍼스트 터치로 한 명을 제치고 슛했는데 아까웠다. 전반이 끝나고 친구가 내게 교체 원하냐고 했는데, 왠지 더 뛰고 싶어, 조금만 더 뛰겠다고 했는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찬스가 났다. 공중볼이 상대 수비 둘 사이에 있었는데, 왠지 수비가 놓칠 것만 같아 쇄도했고, 둘이 처리하지 않은 공이 내 발밑에 뚝 떨어졌고, 퍼스트 터치를 잘 잡고, 골키퍼 반대편으로 슛했다. 들어갔다. 그 순간 승리를 확신했다. 우리의 단단한 수비가 골을 허용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친구와 교체하고 우리는 잠갔고 승리했다.


나 덕분에 이겼다고 헹가래를 치고, 그리고는 우승 셀레브레이션을 꽤나 했다. 경기 전에 우승하면 이력서에 Konaro Cup 우승이라고 한 줄 적을 거라 했는데 막상 우승하니 참 기뻤다. 이 모든 경기를 주최한 친구들은 트로피와 맥주 상자를 건네주며 내년에 경기하면 이 트로피를 다시 가져와달라고 했는데, 우리가 이거 가지고 다음 대회 것은 새로 만들면 안 되냐고 했다. 집안의 가보로 남기고 싶다고 우스갯소리도 했다.


생각해보기를, 단단한 수비, 워낙 다들 많이 뛰어서 맨마킹을 다 붙어줘서 큰 위기가 없었고, 때때로 위기 때도 훌륭한 골키퍼의 선방 덕분에 우승할 수 있었다. 응원해주는 많은 친구들도 고마웠다.


이번 대회에서 주장을 맡은 친구는 사실 시작하기 전만 해도 그냥 맥주 마시고 즐기려고 했는데 이렇게 우승하게 될지 몰랐다며 같이 뛰어 참 좋았고, 무엇보다 시작하기 전에 즐기면서 하자고 했는데 첫 경기부터 끝까지 정말 즐겼다고 했다. 모두들 공감했다. 좋은 추억이었다.


이곳에서의 체류 기간이 이제는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을 더 즐겁게 보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