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고국의 인연을 만나다

뮌헨 여행기

by 송다니엘

우리나라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를 알게 된 것도 주한독일문화원. UN 기후변화사무국에서 일하는 인재 중의 인재다. 여기 와서 처음으로 한국 사람을 만나니 그동안 근질거렸던 우리말이 쉴새 없이 나온다.


이곳에 와서 밖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한국 식사를 했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가 얼마나 맛있던지. 거의 두 공기가 되는 밥을 해치웠다.


대도시를 왔으니, 여러 가게 구경을 한다. 예쁘고 좋은 옷을 보면 사고 싶다가도, 벌어놓은 돈을 까먹고 있는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내려놓는다. 직장을 때려치고 유일하게 안 좋은 점이랄까.


바이에른 뮌헨 가게를 간다. 사고 싶은 게 많을 줄 알았으나, 예쁜 건 없다. 유니폼마저 독일스럽게 지나치게 실용적이다.


여러 성당을 갔다. 건축물이 유구한 역사가 있을 듯한데, 최근에 지어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는 2차세계대전 당시 공습을 받아 수많은 건물이 다시 지어졌기 때문이다. 히틀러가 이곳 맥주집에서 최초로 정치활동을 시작했으니, 당연히 나치당의 중심이었을테고 많이도 폭격당했을 법하다.


또, 이곳 와서 처음 스타벅스를 간다. 호기심에 찾아보니 내가 사는 곳엔 스타벅스가 아예 없다. 꼭 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어찌 보면 대도시의 척도가 되는 그것이 없는 곳이 얼마나 촌인지 실감하게 된다. 웃긴 건 스타벅스를 갔더니 고향 생각이 난다는 것.


뮌헨은 명소답게 정말 많은 관광객이 있다. 팬데믹 이전의 유럽에 여행을 온 느낌이랄까. 대부분은 유럽인이다. 아마 내년엔 우리나라 사람들도 훨씬 많이 볼 수 있을 듯하다.


Go Asia Mart

몰랐는데 체인점이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규모에 비하면 다소 아쉽다.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한국 두부가 없다.


친구는 배송비만 내면 독일 전역에서 한국 음식을 택배로 시켜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독일 내부에서만큼은 배달과 택배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내게 일깨워준다. 유학생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택배에 관한 좋지 않은 경험은 가끔 가다가 있는 일인데, 누가 택배 잘 왔다고 글을 올리겠냐고 덧붙인다. 있는 정보를 불신해선 안 되겠지만, 그것만으로 이를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되겠다.


뮌헨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맥주집. Hofbräuhaus

너무 사람이 많고 도떼기시장이라 얼른 빠져나와 옆 식당으로 옮긴다. 그 유명하다는 Haxe를 시킨다. 여기서 고기를 안 먹으면 뭐 먹고 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몸속이 고기와 맥주로 가득하다.


저녁 6시부터 새벽 1시까지,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컨셉으로 야간 개장을 해서 방문했다.


Deutsches Museum.

이곳은 과학기술에 관한 박물관. 우리로 따지면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세계 최초의 과학기술 박물관이라고 하니, 국립중앙박물관도 이곳을 참고하지 않았을까. 대전의 명물로 집 앞에 있어서, 현장체험 학습으로, 여러 번 갔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난다. 어쩌면 나는 어릴 때 별로 과학기술에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닐까.


독일의 실용적인 모습을 잘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많은 전시 주제 중 흥미로웠던 건 광산. 광산 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그 비중이 상당하다.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광산 업계가 굉장히 잘 나가는 직종이었다고 한다. 자원공학과 졸업 후 광산 쪽에 취직하면 그당시 돈도 꽤 많이 벌었다고. 하지만 그것도 옛일.


얼마 전, 탈탄소 기조의 따른 에너지전환에 있어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일자리도 같이 책임지자는 취지의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본 적이 있다. 그래. 산업화의 중심이었던 광산업에 얼마나 많은 이가 종사했으며, 순식간에 직장이 없어졌겠는가. 그런 수많은 희생을 딛고 현재 대한민국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박물관은 이뿐만 아니라 현대 과학기술이 어떻게 발전해왔는가를, 각 분야별로 설명해놓았는데 하나하나 보려면 엄청난 시간이 요구된다. 전기, 전자 등에 대한 설명을 보면서, 그래도 학부 전공인데 이 박물관에 설명된 것만큼이라도 내 머릿속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자조적인 생각도 했다.


박물관 섬을 떠나 미술관이 많은 곳으로 이동한다.

Glyptothek. 고대 그리스 건축물처럼 이오니아 양식이다. 많은 조각상을 보며, 실제 로마에서, 그리고 로마인 이야기의 사진에서 봤던 얼굴이 보인다. 로마의 황제, 정치가의 얼굴이 아닌가 싶다.


알테 피나코텍. Pinakothek. 그리스어로 수집이란다.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미술품을 모아놓은 곳을 피나코텍이라고 불렀는데, 유럽 곳곳에 이 이름을 쓰고 있는 곳이 있다. 르네상스 전후의 종교 그림부터 현대 미술 전까지. 많은 작품이 있다. 대표적으론 고흐와 고갱. 세잔. 다빈치. 렘브란트. 그리고 루벤스의 그림이 정말 많다. 루벤스가 독일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또 뉘른베르크에서 봤던 광장의 주인공. 뒤러의 그림도 많다. 뒤러가 누군가 했더니, 화가였다. 그의 그림이 정말 많았다.


그나저나 박물관 바로 앞에 있는 뮌헨공대. 개강 전 마지막 주말이라고 다들 나사 빠진 이들처럼 음악 틀어놓고 왁자지껄 술을 먹는다. 경찰들이 위치해 있음에도 자제하지 않는 걸 보니, 불법은 아닌 듯하다. 저들이 과연 명문대학 학생들이 맞는가 하는 의심이 들면서도, 공부잘하는 놈이 잘 놀기도 하는가 싶기도 하다.


뮌헨에서 살지 못한 게 조금 아쉬우면서도, 이 시끄럽고 정신 없는 곳보다 한적한 곳이 좋겠다는 생각이 함께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