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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과 생각

꼴값. 관상

도리언 그레이와 김구 선생

by 송다니엘

소싯적 비디오 가게에서 ‘젠틀맨 리그’를 빌려왔던 것을 생각한다. 여러 소설 등에 나오는 유명한 캐릭터가 짬뽕되어 배신을 거듭하다 결국은 선한 이가 정의를 구현하는 뻔한 히어로물. 거기서 극 중 인물인 도리언은 불사신인데, 본인의 초상화 때문에 죽는다.


이 도리언의 모티프가 된 소설. 오스카 와일드의 처음이자 마지막 장편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다. 극 중 인물은 도리언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을 한 청년이며 그 청년의 초상화를 한 화가가 완성한다. 완벽한 작품을 보고 도리언은 ‘소유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은 청춘’이라며 본인의 얼굴이 지금처럼 영원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그 소망은 실제로 이루어진다. 그 순간부터 그의 얼굴은 그대로, 초상화만 변한다.


순수했던 그는 여러 가지 악행을 저지르는데, 수많은 악행에도 항상 선하고 완벽한 얼굴의 주인공. 순진무구한 얼굴을 한 그가 과연 그런 악행을 저지를 수 있는가 하고 사람들은 의문을 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때문에 탓에 타락하고,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그에 대한 평가도 바뀐다....(중략)


우리는 흔히 ‘꼴값’을 하고 산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건 주름살만이 아니다. 그 ‘꼴’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다.


관상을 보는 한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는 관상책을 혼자 독파하고, 계룡산에 관상에 용하다는 스님을 찾아가는 등 기행을 일삼았는데, 사람들의 관상을 잘 보곤 했다. 그리고 그 관상은 정말 잘 맞았다. 현대판 관상쟁이다. 어느 날 선배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젊은 시절 눈, 코, 입 어디 빠지지 않고 거지 같은 관상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 노인이 된 그의 관상은 그 누구보다도 인자하고, 인정 넘치는 군자와 같은 관상이 되었다.


그 주인공은 백범 김구 선생이다.


끝으로 선배는 덧붙였다. “관상도 관상이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심상이다. 마음을 곱게 써라.” 그게 선배 말인 줄 알았는데 실은 백범 김구 선생도 했던 말이다. “관상불여심상(觀相不如心相): 타고난 관상을 이기는 것은 심상이다.”


관상 공부를 하게 되면 그 결론이 “마음 먹기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 되는 게 아닐까.


그 이후로 매번 쉽지 않지만, 마음을 곱게 쓰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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