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것들 05
내가 사랑하는 것들 05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나의 꿈은 오직 하나 '작가'가 되는 것이었다. 그때는 '책'과 '글'이 나의 전부였다. 꿈을 이루기 위해 '문학 동아리'에 가입한 뒤, 열심히 글을 읽고 썼다. 이렇듯 글쓰기는 나의 '청춘'과 '못 이룬 찬란한 꿈'을 의미한다. 그래서 글을 쓰는 작업은 때때로 아리다.
그 시절, 내 주머니는 비어 있었지만, 꿈과 낭만으로 마음은 벅찼다. 누구나 그런 시절이 있을 것이다. 흰 티셔츠에 청바지, 그것만으로도 화사하게 빛나던 우리. 마음에 낭만과 꿈이 가득 차 있던, 고귀한 정신을 갖고자 고군분투하던, 열정적이던, 부끄럽지 않던 시간들 말이다.
그 당시 우리의 손에는 스마트폰 같은 딱딱한 기계가 아닌 책이 쥐어져 있었다. 버스를 타거나 친구를 기다리면서, 읽을 책 한 권쯤은 가방에 넣고 다니던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일기장도 항상 나와 함께였다. 새로 산 예쁜 일기장에 첫 글을 쓸 때의 설렘을 기억한다. 매일 밤 나의 이야기를 순수한 마음으로 또박또박 적어 내려갔다. 그렇게 채워진 여러 권의 일기장을 소유하고 있다. 그것은 나의 소중한 보물들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바로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 돈을 벌기 시작하자, 글을 쓸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가슴속의 감정도 메말라갔다. 어느 순간 '창작'을 위한 글쓰기는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일기조차 쓰지 않았다. 바쁜 일로 시간이 없던 탓도 있었다. 하지만 글을 쓰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도 변했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책을 들고 읽던 사람들은 오래전에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굳어버린 얼굴로 핸드폰 속의 영상만을 취한 듯이 내려다본다. 고개마저 들지 않고 말이다. 아니, 바로 앞사람들과 눈길도 마주치지 않는다. 죽어버린 삶을 살아가는 듯하다.
글을 쓰던 낭만도 같이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손글씨로 종이에 글을 적기보다, 딱딱한 자판을 두드리는 것에 익숙하다. 우리의 지갑은 두꺼워졌지만, 더 이상 낭만이나 꿈을 좇지 않는다. 현실에 묻힌 꿈은 잃어버린 지 오래다. 글쓰기의 기쁨도 잃어버렸다. 일기장은 추억의 유물로 밀려났다.
3년 전, 많은 일을 겪었다. 아픔을 오롯이 견뎌내야 했고,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일기장에 토해내듯이 적고 또 적었다. 글쓰기를 한 후에야, 숨을 쉴 수 있었고 버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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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행복한 과정이다. 자기반성의 기회도 되고, 쓰고 나서 감정을 정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지 않으면 안 되는 그 절박함 속에서 나오는 글들을 통해서 더 성장할 수도 있다.
과거의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단지, 손으로 적어 내려가며, 종이가 빼곡히 채워져 가는 과정을 보는 즐거움을 가끔은 느껴봐도 좋을 것이다. 이제는 예전처럼 젊지 않다. 하지만 다시 일기장에 글을 적는다면, 어쩌면 사라졌던 꿈과 낭만, 그리고 순수함도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