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것들 03
내<책가 사랑하는 것들 04
무언가에 대한 답을 알 수 없을 때는, 잠시 내려놓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좋아하는 책을 골라 책 냄새를 맡으며, 빼곡히 적혀 있는 글자를 하나하나 읽는다. 그러다 보면 책 속의 글자들과 문장들이 나를 위로해 준다.
우울할 때 책방에 들어서면 기분이 좋아진다. 책방에서는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냄새가 있다. 종이와 잉크의 냄새, 그리고 '새로움'과 '호기심'의 냄새가 섞여 있다.
또,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면서 느껴지는 셀렘과 살에 부딪히는 종이의 느낌들도 좋다. 가끔 멋있는 구절이 나오면 밑줄을 '쫘악' 그으면서 느껴지는 성취감도 있다.
내가 가장 아끼는 책은 법정 스님이 쓰신 '무소유'이다. 20년 전에 사서 애지중지하던 책이었는데, 잃어버렸다. 다시 사려고 했지만 절판이 되어서 구할 수가 없었는데, 친구가 구해다 주었다. 그래서 더 애지중지하고 있는 책이다. 물론 법정 스님께서는 책을 통해 '무소유'를 말씀하셨는데, 이 책만큼은 놓을 수 없다.
'인연因緣'에서 '인'은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다. '원인'을 의미한다. 모든 일이 시작되는 내적, 외적 이유이다. 그리고 '연'은 그 원인들이 실제 작용해서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의미한다. '연'이란 글자를 자세히 보면 뭔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글자에서 실처럼 우리네 관계가 이어지거나 끊어지거나 하는 모습을 그려낸 것이라 생각된다.
사랑과 집착의 경계는 참 모호하다. 하지만 사랑하며 고통스럽다면 그것은 이미 집착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짧은 인연일 수도 오랜 인연일 수도 있지만, 하얀 여름처럼 눈부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이제 당신에 대한 마음이 넘치고 넘쳐서, 끝내 나를 병들게 했다는 걸 받아들인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언젠가 끝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 슬프지 않다. 끝날 때가 되면 끝이 난다. 한쪽에서만 놓지 않고 붙잡으려 하는 관계는 이미 어긋나 버린 관계이다. 많은 추억을 쌓은 사람이라고 해도 마음이 떠난 사람이라면 붙잡으면 안 된다. 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그러면 더 이상 괴롭지 않을 것이다. '만약에'라는 말로 스쳐 지나간 인연을 붙잡고 있다면, 이제는 놓아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