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것들 06
<학생, 너는 나의 찬란한 날들>
오늘도 바빠 학교 안을 종종걸음으로 걷는다. 수업 시간에 맞춰 강의실로 가야 한다. 바람이 이리저리 불며, 내가 지나는 공간을 흔든다. 햇살에 물든 초록빛 나무들이 흔들린다. 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숨을 고른다.
바람이 나무를 지나 학생들에게 날아간다. 그들은 나무 벤치에 삼삼오오 모여 있다. '재잘재잘'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웃음이 가득하다.
'저 나이 때 나도 저랬었나?'
그 모습이 예뻐서, 자꾸만 눈길이 간다.
'청춘'이라는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 그들을 웃게 만들었나 보다.'
하얀 이를 보이며, 환하게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이, 그저 머무는 시간을 즐기고 있다.
매일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난다. 한국에서도 가르쳐 본 적이 있지만, 외국에서 더 많이 일했다. 그래서 내 제자들은 마치 알록달록한 사탕처럼 다양하다. 가끔은 일이 많아 힘들지만, 가르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처음 교단에 섰던 날이 생생하다. 부끄러워서 목소리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얼굴은 빨개졌다. 수십 개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수십 명, 때로는 백 명이 넘는 학생들의 눈이 나를 향해 있다. 그 장면을 상상해 본다면, 내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이다.
본래 나는 조용하고 말이 없는 사람이다. 어릴 적에는 밖에 나가서 뛰어노는 것보다 혼자 방 안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사람보다 책이나 자연을 좋아했던 나에게, '학생들'은 예외의 존재이다.
가르치겠다고 학생들 앞에 서지만, 정작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나는 작은 '지식'을 전해주지만, 그들은 커다란 '미소'와 '사랑'과 '믿음'을 준다. 대가도 없이, 조건도 없이 말이다.
사실 사랑이나 믿음은 돈이 들어가지 않지만,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세상은 점점 낯설게 변해간다. 서로 경쟁하며, 밟고 올라서려는 일이 흔해졌다.
하지만 적어도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아니 '선생님'과 '제자' 사이에서 만큼은 계산 없이 '진심'으로 서로를 대한다. 서로 더 좋은 것을 주려고 노력하고, 같이 성장하고, 아끼고 사랑한다. 그것이 학교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최고의 선생님이십니다'
'사랑해요. 항상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치고, 떠나보내는 일을 반복했다. 그동안 마음을 담은 편지를 수도 없이 받았다.
좋아하는 나무를 원 없이 볼 수 있고, 그 아름다운 곳에서 사랑스러운 학생들을 매일 마주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 어쩌면 기적 같은 일이다. 그래서 힘들 때, 투정을 부리다가도 이내 신께 감사한다.
수업이 끝나고 강의실을 나선다. 오후의 햇살이 학교에 내려앉는다. 캠퍼스 곳곳에서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다시 피어난다. 수업을 마친 그들의 발걸음은 가볍다.
나는 문득 그들의 모습에서 젊은 시절의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내 피식 웃는다.
이제 내 얼굴에서 미소는 찾아보기 힘들다.
언제부터였을까?
저 찬란한 웃음을 잃어버린 것이,
"지금, 나는 행복한가?"
나에게 묻는다.
"그래, 오늘은 열심히 웃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