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블루, 나의 색

내가 사랑하는 것들 07

by 유선미

<블루, 나의 색>


나는 매일, 하늘과 바다를 입는다. 옷장을 열면 파란색이 가득하다.


'언제부터 이렇게 블루를 좋아하게 된 걸까?'
'어릴 적에는 싫어했던 색 중의 하나였는데......'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내 옷장에서 파란 색깔의 옷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블루는 늘 나와 맞지 않는 색이라고 생각했다. 유난히 하얀 피부를 가진 내가 입으면 우울하고 아파 보였다.


블루가 주는 차갑고 슬픈 이미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늘 핑크, 노랑, 주황과 같은 따뜻한 느낌을 주는 색을 선호했다. 따뜻한 색의 옷을 입으면 왠지 화사해 보이고 행복해지는 것 같았으니까.


한때 나는 '꿈꾸는 나무'라는 닉네임을 사용했다. '꿈꾸는 나무'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면, 초록이나 보라 같은 색이 맴돌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젊은 무명 화가가 그린 그림을 봤다. 온통 푸른 하늘 밑에, 서있는 푸른빛의 나무. 내가 오랫동안 상상해 오던 '꿈꾸는 나무' 그 자체였다, 그 나무는 고요하고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차갑지만 따뜻한 느낌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블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의 나는 블루 계통의 옷을 즐겨 입게 되었다. 블루 셔츠와 청바지, 블루 재킷, 블루 치마와 블라우스 등이 내 옷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이면, 푸른 계열의 옷을 꺼내 입는다.


생각해 보면, 블루의 차갑고 우울한 이미지는 나의 닫힌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오히려 푸른빛을 지닌 것들은 순수한 자연과 닮아 있다. 푸른 하늘과 푸른 바다처럼 말이다. 나무와 산이 태어나기 전에, 세상에 가장 먼저 존재한 태초의 색. 블루는 자연의 색이며, 순수하다. 그래서 우리는 하늘과 바다를 바라볼 때, 마음이 맑아지고 편안해진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중에 '파랑새'라는 책이 있다. 행복을 찾아 나선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결국 집에서 파랑새를 발견하는 이야기. 그 동화에서 '블루'는 슬픔이 아니라, 행복의 색이다.


이렇듯 블루는 차가운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잘 살펴보면 그 의미는 정반대이다. 우리가 원하는 행복, 얻기 힘들지만 갖고 싶은 것들 말이다.



영혼이 색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파란색일 거라 생각한다. 하늘과 바다, 우주처럼 자유롭고 끝이 없어 정의할 수 없는 색. 누군가 붓을 주고 칠하라고 한다면, 나는 파란색으로 칠할 것이다. 재미있는 건 도깨비불을 봤다는 목격자들도 불의 색깔이 푸른빛에 가깝다고 자주 말한다. 그러고 보면 내 상상이 아주 근거 없는 것도 아니다.


차갑다고만 생각했던 블루가 이제는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안정적이고 멋스럽게 보인다. 겉으로 보이는 것에 집중하던 삶에서, 이제는 겉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속까지 볼 수 있는 내공이 생긴 것이다. 겉으로는 차가워 보여도, 속은 평온한 블루의 가치를 제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일 수도 있고, 지혜로워져서일 수도 있다. 외면과 내면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블루를 통해 깨달았다.


차가움 속에 감춰진 따뜻함과 순수함, 불가능한 것을 향한 꿈, 나는 이제 블루를 사랑한다.


당신을 상징하는 색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작가의 이전글06 학생, 너는 나의 찬란한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