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사랑은 이미 완성된 것이니까

내가 사랑하는 것들 08

by 유선미

나는 아직 세상을 잘 모른다.


세상은 여전히 어렵고 낯설다.


아마도 지극히 제한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 인생의 대부분은 학교에 있었다. 배우기 위해, 가르치기 위해. 내가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집과 학교였다. 사회 경험이 적다 보니 눈치도 부족하고, 융통성도 없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꿰뚫지 못해 스스로 어리석게 느껴질 때도 많다.


학교도 물론 사회의 한 조각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다르다. 먹고 먹히는 야생의 세계와는 달리, 그곳엔 아직 정이 있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셈 없는 사랑이 남아 있다.


나는 아직도 나의 순수함을 지키고 싶다. 세상의 먼지가 묻지 않은 깨끗한 진심을 조금이라도 더 간직하고 싶다. 그래서 매일 맑은 눈으로 예쁜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듣고, 아름다운 말을 하려고 애쓴다.


한때, 그런 순수함이 조롱받기도 했다.


"세상이 그렇게 도덕책 같은 줄 알아요?"

그 말에 상처를 받았고, 한동안 내가 틀린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게 나라는 걸. 그렇게 살아가는 나여서, 오히려 다행이라고 느낀다. 가끔은 다섯을 주고도 하나도 돌려받지 못하지만 그것조차 괜찮다. 그게 나니까.


이런 마음의 근원은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른다.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 스승을 향한 제자의 마음, 아끼는 사람에게 기꺼이 내어주는 진심. 그것은 계산하지 않고, 바라지 않고, 단지 ‘주고 싶은 마음’ 하나로 움직인다.


언젠가 무더운 여름날, 길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을 보았다. 마음은 그 사람을 향해 흔들렸고, 작은 생수병과 얼마 안 되지만 가지고 있던 돈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아무런 보답을 바라지 않고. 하는 행동들, 바로 '사랑' 아닐까.


아직도 세상을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하나는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내 마음속 무언가. 그것을 따라가면, 삶은 그렇게 슬프지도, 외롭지도 않을 것이라는 걸.


우리는 때때로 손해 보는 사랑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내어준 그 순간, 그 사랑은 이미 완성된 것이다. 때론 모든 것을 내어주고도 되돌아오는 게 고통뿐일 때가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사랑을 주는 순간 가장 행복했던 사람은 바로 '나'였다.


사랑을 주는 건 받는 것보다 훨씬 더 깊고 따뜻한 기쁨이다. 사랑으로 부서지고 깨어졌더라도 그 사랑을 줄 수 있었던 당신은, 충분히 빛났다. 당신의 사랑은 비록 영원하진 않았을지라도, 분명 찬란하고 소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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