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해
소년, 소녀, 나무, 그리고 시
-유선미
초록빛 나무가 바람에 일렁이는 여름 속에는 소년이 산다.
시끄러운 매미 소리조차 느려지는 한낮,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밀도. 나뭇잎 위로 쏟아지는
감정들은 계절보다 뜨겁게 흔들리고,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녀의 눈동자는 연두색으로 물든다.
여름 나무 밑에서 시를 읽는 소녀의 심장은 뿌리가 되어 묻히고 그리움은 가지처럼 치솟아
나무가 되었다.
영원히 소년이라 부르고 싶은 R을 위해
이 시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작품이다. 쓰는 동안에도 울었고, 완성한 뒤에도 한참을 울었다. 내 진심을 담아서인지 반복해서 읽게 되는 묘한 끌림이 들어있다.
시의 배경은 초록빛 나무가 바람에 일렁이는 여름 한낮이다. 그 속에는 소년과 소녀가 존재하지만, 소년은 실제로 ‘살고 있다’기보다 소녀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부재의 존재이다. 그렇기에 연두가 아닌 완성된 여름 빛깔인 '초록'으로 묘사되어 있고, 이곳에서는 '바람'이 불고 나무는 '일렁인다'.
여름 한낮은 ‘시끄러운 매미 소리조차 느려지는’ 시간, 몽환적인 시간을 표현하려 했고, 감정이 더욱 깊고 짙어지는 순간임을 나타낸다.
반면 ‘어른이 되지 못한 소녀의 눈동자는 연두색으로 물든다’는 구절은 소녀의 아직 맑고 순수한 마음을 '연둣빛'이라는 자연의 색채로 표현했다.
'소녀의 심장이 뿌리가 되어 깊이 묻히고, 그리움이 가지처럼 치솟아 나무가 된다'는 구절은 감정이 자연처럼 성장하고 확장되는 과정을 시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아픈 부분이기도 하다. 소년이 떠난 여름 속에서, 소녀는 영원히 기다리며 결국 여름 나무로 성장한다.
마지막으로 ‘영원히 소년이라 부르고 싶은 R을 위해’라는 표현 속에서 소년이 이미 어른이 되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소년에 대한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도 전하고 있다.
이 시를 읽는 여러분도, 세상을 살아가며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한때 한없이 맑고 깨끗했던 순수함을, 그 순수함의 결정체인 '사랑'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이 시는 [프리시타일 시즌2] | 1주 차 윤동주 오늘의 시제: 〈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