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선 (feat. 나)
-웰컴 드링크-
“따뜻한 카페라테, 두유로 변경하고 바닐라 시럽 한 번이요.”
출근길에 나는 꼭 커피 한잔을 마셨다.
출근하기 싫은 마음을 달래며 나에게 주는 작은 보상으로,
아직 덜 깬 잠을 깨우는 각성제로,
일의 능률을 올려줄 것만 같은 기특한 녀석으로.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나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하루에 한 잔은 괜찮다는데?”
“디카페인으로 마시면 영향이 없다니 걱정 마.”
임신 중에 커피를 마시는 것에 대하여 ‘마셔도 된다.’라는 의견이 대세였지만,
아주 작은 영향이라도 쿨하게 흘려보내지 못하고
곱씹고 되뇌는 쫄보 스타일의 나는 출산 때까지 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했다.
매일 마시던 커피라 열 달을 버틸 수 있을까 싶었지만, 조금이라도 마시고 난 뒤에 아기에게 악영향이 갈까 싶어 걱정할바에는 아예 마시지 말자라고 생각해 버리니 그럭저럭 열 달을 잘 흘려보냈다.
출산 당일.
오전 9시에 분만실에 들어가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병실로 옮겨 왔다.
유독 추웠던 분만실.
분만 후, 후처치를 받는 내내
작은 바람에도 파르르 떨린다는 사시나무가 나를 두고 한 말인 듯,
내 온몸은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떨렸다.
입은 바짝 마르고, 정신은 멍하고, 기력은 다 빠진.
말 그대로 말 한마디 할 힘도 없었지만,
내 병실 침대 곁을 지나가는 간호사를 다급하게 불러 세워 질문을 했다.
“저, 지금 커피 마셔도 돼요?”
간호사는 기대하지 못한 뜻밖의 질문인 듯,
가령 진통제나 아기 면회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다소 놀란 표정과 투박한 말투로 “네, 한 잔은 괜찮아요.”라고 말해주었다.
예상했고 기대했던 답변이었다.
아니,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설사 안된다고 할지라도 오늘은 ‘에라, 모르겠다.’ 마셔버릴 참이었으니까.
곁을 지켜주던 남편이 냉큼 나가 커피를 주문해 왔다.
“따뜻한 카페라테 두유로 변경하고, 바닐라시럽 한 번이요.”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잡았다.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녹아들었다.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이 맛이다. 바로 이 커피 맛이다.
뜨끈한 커피가 목을 타고 넘어가는 이 느낌.
열 달을 꼬박 기다린 커피 한 잔이었다.
길게도 기다렸던 이 커피 한잔을,
아주 천천히.
음미하며 마셨다.
육아 세계에 들어가는 웰컴 드링크로,
새로운 ‘엄마’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축하주로,
그리고
분만하느라 고생한 나에게 주는 치얼스로!
웰컴 드링크로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