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을 준비한다는 건 내 마음의 시간을 꺼내는 일
시집을 준비한다는 건
내 마음속 작은 우주를 꺼내 펼치는 일이다.
내가 지나온 계절,
머물렀던 감정,
그리고 가만히 쌓인 생각들을
한 줄, 한 줄 꿰어내어
세상에 내보이는 일이다.
처음엔 설렘이었다.
내 글이 한 권의 책이 된다는 꿈.
내가 쓴 시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는 기대.
그런데, 설렘은 곧 무게가 되었다.
글 한 줄에 마음을 담고,
단어 하나에 오래 머물게 되었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은
어느새 스스로를 조이게 했다.
때로는, 내가 쓴 시가
나조차도 낯설게 느껴졌다.
"이게 정말 내 시가 맞을까?"
"진심이 제대로 전해질 수 있을까?"
의심과 불안이 나를 흔들었다.
나는 글을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그 사랑 앞에서
막막함도 함께 마주했다.
완벽을 바라는 마음과
그럴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수없이 고치고,
수없이 멈췄다.
출간이라는 목표가 가까워질수록
불안도 자라났다.
이 시집을 누가 읽어줄까?
내 이야기가 과연 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는 조금알 것 같다.
그 불안조차
나를 앞으로 밀어주는 힘이라는 걸.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중요한 건
내가 솔직해질 수 있었던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오늘도
완성되어 가는 나의 두 번째 시집과
완성되어 가는 나 사이에서
그 틈을 묵묵히 지나간다.
그 안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는 마음을 느낀다.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걸 안다.
시집을 낸다는 건
그저 책한 권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나의 시간과 마음,
그리고 삶의 조각을 꺼내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용기다.
그래서 조금 두렵고,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이 마음을 안고
조심스럽게,
그러나 담담히 시집과 함께 걸어가고 싶다.
내가 꿰어낸 시들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직접 쓴 캘리 제목입니다
*11월 출간예정 입니다.
시 한 점 바람 한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