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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완성되어 가는 시집, 완성되어 가는 나

시집을 준비한다는 건 내 마음의 시간을 꺼내는 일

by 정써니

시집을 준비하며 지나온 마음의 기록입니다.

조심스럽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남겨봅니다

시집을 준비한다는 건

내 마음속 작은 우주를 꺼내 펼치는 일이다.

내가 지나온 계절,

머물렀던 감정,

그리고 가만히 쌓인 생각들을

한 줄, 한 줄 꿰어내어

세상에 내보이는 일이다.


처음엔 설렘이었다.

내 글이 한 권의 책이 된다는 꿈.

내가 쓴 시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는 기대.


그런데, 설렘은 곧 무게가 되었다.


글 한 줄에 마음을 담고,

단어 하나에 오래 머물게 되었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은

어느새 스스로를 조이게 했다.


때로는, 내가 쓴 시가

나조차도 낯설게 느껴졌다.


"이게 정말 내 시가 맞을까?"

"진심이 제대로 전해질 수 있을까?"

의심과 불안이 나를 흔들었다.


나는 글을 사랑한다고 믿었지만

그 사랑 앞에서

막막함도 함께 마주했다.


완벽을 바라는 마음과

그럴 수 없는 현실 사이에서 수없이 고치고,

수없이 멈췄다.


출간이라는 목표가 가까워질수록

불안도 자라났다.

이 시집을 누가 읽어줄까?

내 이야기가 과연 닿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는 조금알 것 같다.

그 불안조차

나를 앞으로 밀어주는 힘이라는 걸.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중요한 건

내가 솔직해질 수 있었던 순간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오늘도

완성되어 가는 나의 두 번째 시집과

완성되어 가는 나 사이에서

그 틈을 묵묵히 지나간다.


그 안에서

조금씩 자라고 있는 마음을 느낀다.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걸 안다.


시집을 낸다는 건

그저 책한 권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나의 시간과 마음,

그리고 삶의 조각을 꺼내 누군가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용기다.


그래서 조금 두렵고,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이 마음을 안고

조심스럽게,

그러나 담담히 시집과 함께 걸어가고 싶다.

내가 꿰어낸 시들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직접 쓴 캘리 제목입니다

*11월 출간예정 입니다.

시 한 점 바람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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