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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침묵의 고함

소리 없는 언어가 마음을 뒤흔들 때

by 정써니

말하지 않아도,

마음은 고함치고 있었다

고요한 척,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말하지 않는 것이 곧 고요함은 아니다


조용한 사람은 조용해서가 아니라,

입 밖으로 꺼내기엔 말이 너무 많아서일지도 모른다.

어떤 생각은 너무 날카로워, 꺼내는 순간 누군가를 다치게 할까 두렵고,

어떤 감정은 너무 무거워, 삼키기엔 목이 아프고 마음이 부서질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말 대신 침묵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 침묵은 텅 빈 공백이 아니다.

안에서는 여전히 말들이 움직이고, 문장이 부딪히고, 질문들이 되풀이된다.

그건 쉼 없는 웅성임이고,

보이지 않는 고함이다.


사람들은 침묵을 '무관심'으로 오해하고,

말이 없는 사람을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어떤 침묵은 말보다 더 뜨겁고, 어떤 고요는 분노보다 더 깊은 절규다.


그래서 나는 안다.

말이 없던 그날의 나도,

아무 말 없이 나를 지나쳤던 그 시간들도

사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는 것을.


누구도 듣지 못한 고함,

결국 내 소리는 나만 들었다.

그러나 분명히 존재했던 그 울림을

나는 오늘도 조용히 묻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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