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을 건너 마음이 조용해지는 시간
달빛이 마음에 스며드는 밤,
새벽은 늘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낮 동안 복잡했던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오기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조용해지기도 한다.
바쁜 일상에서는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나의 마음이 그제야 슬며시 고개를 든다.
하루를 다 써버린 몸과 마음은 무겁지만
그 무게마저도 밤의 고요 속에서는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노을이 사라지고, 하늘은 서서히 어둠을 물들이고
그 어둠은 낯설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밝아지는 느낌이다.
익숙해지는 데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고,
나는 익숙한 어둠 속에서
익숙하지 않은 마음을 다독인다.
창문 너머, 구름 사이로 달을 찾아본다.
때로는 희미하고 때로는 또렷한 그 빛.
하얀 달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아
달빛을 좇아 잠시 눈을 맞춘다.
달빛은 고요하게 내 안에 맺히고
그 순간 마음도 따라 조용해진다.
아직 오지 않은 새벽이지만
나는 이미 그 파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희망이라는 건 꼭 밝은 낮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
어떤 희망은 새벽녘,
아주 고요한 빛으로 먼저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밤이 위로가 되고,
새벽이 기다려진다.
아무도 보지 않는 사이
나도 모르게 조금씩 나아가는 그런 시간
오늘도 그 조용한 여정을 걷는다.
어떤 날은 이 밤조차 버겁지만,
그렇게 또 지나고 나면
‘잘 지나왔다’는 말이 비로소 새벽에 닿는다.
매일은 다르지만
매일의 끝과 시작은 언제나 나를 안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