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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밤에게 배운 위로, 새벽에게 받은 기쁨

고요함을 건너 마음이 조용해지는 시간

by 정써니

달빛이 마음에 스며드는 밤,

새벽은 늘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밤은 묘한 시간이다.

낮 동안 복잡했던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오기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조용해지기도 한다.

바쁜 일상에서는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나의 마음이 그제야 슬며시 고개를 든다.


하루를 다 써버린 몸과 마음은 무겁지만

그 무게마저도 밤의 고요 속에서는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노을이 사라지고, 하늘은 서서히 어둠을 물들이고

그 어둠은 낯설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밝아지는 느낌이다.

익숙해지는 데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또 하루가 저물고,

나는 익숙한 어둠 속에서

익숙하지 않은 마음을 다독인다.


창문 너머, 구름 사이로 달을 찾아본다.

때로는 희미하고 때로는 또렷한 그 빛.

하얀 달이 나를 바라보는 것 같아

달빛을 좇아 잠시 눈을 맞춘다.


달빛은 고요하게 내 안에 맺히고

그 순간 마음도 따라 조용해진다.


밤은 나를 비워내는 시간이라면

새벽은 다시 채워지는 시간이다.


아직 오지 않은 새벽이지만

나는 이미 그 파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희망이라는 건 꼭 밝은 낮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

어떤 희망은 새벽녘,

아주 고요한 빛으로 먼저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밤이 위로가 되고,

새벽이 기다려진다.

아무도 보지 않는 사이

나도 모르게 조금씩 나아가는 그런 시간

오늘도 그 조용한 여정을 걷는다.


어떤 날은 이 밤조차 버겁지만,

그렇게 또 지나고 나면

‘잘 지나왔다’는 말이 비로소 새벽에 닿는다.

매일은 다르지만

매일의 끝과 시작은 언제나 나를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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