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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엄마의 부재, 그 여름의 기억

여름보다 먼저 오는 이름, 엄마

by 정써니


그 여름,

당신이 없는 방엔

바람만 머물고 있습니다.

해마다 무더위가 찾아오면

더위보다 먼저 마음을 덮치는 건

엄마의 기억이다.

습기처럼 끈적하게 달라붙어

마음을 오래 젖게 한다.


엄마는 평생 두통에 시달리며 살았다.

살림도 일도 마음도 쉽지 않았던 삶이라

제대로 된 검사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

119 구급차에 실려 간 병원.

의사는 뇌동맥류라고 말했다.

머릿속에 시한폭탄을 품고 평생을 살아온 셈이었다.

몰랐던 병, 터져버린 순간,

급한 수술이 이어졌고

엄마는 정신을 겨우 회복한 지 사흘 만에

다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그때부터 한 달.

중환자실 앞에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쪽잠을 자며

면회 시간마다 엄마를 만났다.

희망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버티듯 견뎠다.

눈물은 마르지 않았고

시간은 무겁게 흘렀다.


그러다

엄마는

정확히 한 달 후

조용히,

하늘로 소풍을 떠났다.


그보다 여덟 달 전,

아버지가 먼저 쓰러지셨다.

뇌출혈이었다.


열 달 동안 움직이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계셨고,

말없이 그 시간을 견디셨다.


병원 침대 옆에서

나는 매일 '혹시'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또 '그만'이라는 속마음으로 하루를 끝냈다.


그렇게

아버지도

하늘로 떠나셨다.


슬픔은 가시지 않았고,

아직 아버지를 보내는 일조차

다 끝내지 못한 채

또다시, 엄마까지 보내야 했다.


결혼을 두 달

앞둔 시기였다.

나는 부모 없이

고아가 되어

결혼식을 올렸다.

엄마는

내 웨딩드레스를 누구보다 기다리셨고,

내 앞날을 누구보다 축복하고 싶으셨을 텐데.


그날,

엄마 아버지 없는 결혼식에서

나는 웃고 있는 사진 속에

슬픔을 꾹 눌러 담았다.


그리고 그렇게,

한 해 사이

아버지도, 엄마도, 나도 집을 떠났다.


불이 꺼진 집.

말소리 하나 없는 저녁.


시간만 흘러가는 거실.

그곳엔 이제 아무도 없다.


여름이 오면 더위보다 먼저

엄마가 온다.

엄마의 생일,

엄마의 기일.

하나씩 다가오는 날짜들이

마음속 일기장에 커다란 점으로 찍혀 있다.


엄마...


거기, 좋아요?

이젠 머리 아프지 않죠?


그립다.

매해, 매일,

더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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