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과 지금 사이
그때의 나는
사람을 오래 둘 줄 몰랐다.
좋으면 가까이 두고,
아니면 금세 잊는 나이였다.
우리는 연인이 되지 않았고
특별한 장면도 없었다.
각자의 길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그렇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관계는 이상하게 끝나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사람을 오래 생각하는 쪽에 가깝다.
자주 보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안다.
우리는 만나지 않는다.
서로의 삶에 깊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다만 해마다 음력 생일이면
짧은 메시지가 도착한다.
“생일 축하해.”
길지 않다.
하지만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그는 산을 좋아한다.
혼자 산에 오르는 사람이다.
누가 보지 않아도
자기 속도로 걷는 사람.
해마다 도착하는 그 메시지도
어쩌면 산을 오르는 일과 닮았다.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꾸준히 이어가는 일.
그리고 오늘은 그의 생일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먼저
축하를 보냈다.
몇 마디 안부가 오갔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삶에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낯설지 않다.
열아홉의 나는 몰랐고
지금의 나는 안다.
잊지 않는다는 건
자주 보는 일이 아니라
마음 한 자리에 오래 두는 일이라는 걸.
인연은 소유가 아니라
기억의 성실함으로 남는다는 것도.
가슴이 쿵쾅거리지는 않는다.
대신
산처럼 묵직하게
거기 있다.
충격은 없지만
이 정도면
충분한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