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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냥, 피어 있는 중입니다

향기도, 이름도 없이 누구도 보지 않았지만 끝내 살아내고 있었다

by 정써니
향기의 무존재

누구도 바라보지 않던 작은 들꽃.

향기조차 없다는 이유로

무심히 밟히고, 잊히고, 지워졌지만


그건 흔들릴 뿐

한 번도 꺾이지 않았다.


햇살 아래에서도,

비 내리는 오후에도,

그저 피어 있을 뿐이었다.


개망초

누군가는 이름조차 몰랐고

누군가는 하찮게 여겼지만


그 작고 질긴 숨결은

지천이라는 이유 하나로

끝내 살아남았다.


나는 이제 안다.


조용히 피어나는 것들일수록

더 오래 버티고,

더 멀리 기억된다는 것을.


향기 없어도,

눈길 한 번 없어도,

누군가의 하루 끝에 피어 있는

그런 존재가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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