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도, 이름도 없이 누구도 보지 않았지만 끝내 살아내고 있었다
향기의 무존재
누구도 바라보지 않던 작은 들꽃.
향기조차 없다는 이유로
무심히 밟히고, 잊히고, 지워졌지만
그건 흔들릴 뿐
한 번도 꺾이지 않았다.
햇살 아래에서도,
비 내리는 오후에도,
그저 피어 있을 뿐이었다.
개망초
누군가는 이름조차 몰랐고
누군가는 하찮게 여겼지만
그 작고 질긴 숨결은
지천이라는 이유 하나로
끝내 살아남았다.
나는 이제 안다.
조용히 피어나는 것들일수록
더 오래 버티고,
더 멀리 기억된다는 것을.
향기 없어도,
눈길 한 번 없어도,
누군가의 하루 끝에 피어 있는
그런 존재가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