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또 다른 시작

by 친절한 햇살씨

오늘은 졸업식.


날씨가 너무 추워 발을 동동 구르며, 이 추운 날 치마를 입고 나온 나를 스스로 자책하며 학교로 향했다.


아이들을 졸업시키는 것은 두 번째인데, 왠지 오늘은 내가 많이 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잠깐 기도하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내가 아이들에게 서운한 마음을 가졌던 것들, 그리고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고 속으로 답답해하고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기도 했던 것들,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고 다가오고 싶어 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 녀석의 눈빛을 모르는 체했던 일들.


나의 작고, 연약한 모습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면서 가슴이 저려왔다.


강당에 가니, 녀석들이 쭉 앉아있다.


녀석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마음속에 담아본다.


뭔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씩 더 해주고 싶은데, 그러자니 내가 먼저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서 그냥 스치면서 눈인사만 주고받는다.


드디어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학사보고를 하고, 교장선생님의 축사가 있고, 상을 받고. 그리고 3학년 담임들을 소개하고. 행사가 거의 끝나가면서 드디어 졸업가를 부르는 시간이 왔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작별이란 웬 말인가 가야만 하는가~!”

노래를 부르는데, 입술을 꽉 다물고 애써 눈물을 참아보려 해도 눈치도 없이 눈물이 죽죽 흘러내린다.


괜히 속으로 ‘아.. 이 노래는 왜 이렇게 슬프게 만든 거야.’라고 노래를 탓해보기도 하지만 흐르기 시작한 눈물이 그쳐 지질 않는다.


졸업식이 끝나고, 이제 녀석들에게 졸업장을 나눠줘야 하는데, 눈과 코까지 빨개진 모습으로 녀석들을 볼 생각을 하니 아찔해진다.


“샘.. 저 운 거, 티 많이 나요?” 옆에 있는 샘에게 물어보니,

“엄청 빨개~.” 하고 웃으며 대답하신다.


어쩔 수 없지. 수습할 수도 없고... 졸업장을 들고 우리 반 녀석들을 찾는다. 명수(가명) 녀석이 먼저 보이길래, 졸업장이 든 박스를 좀 옮기자고 했다.


녀석은 나를 보더니, “샘, 왜 울고 그러세요?”라고 한마디 한다.


졸업장을 손에 들고, 한 녀석 한 녀석에게 건네주는데. 마지막으로 뭔가 그동안 다 못 전해주었던 나의 마음과 사랑을 전하고 싶은데, 한 마디도 뗄 수가 없다.


간신히 “졸업 축하해. 고등학교 가서도 잘할 수 있지?”라는 말만 하고 만다.


한 녀석, 한 녀석의 졸업장을 건네주며. 그동안 왜 좀 더 많이 사랑하고 좀 더 많이 표현하고 좀 더 많이 이해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가 왔다.

운동하느라 늘 피곤해하던 녀석.

어려운 형편인데도 늘 웃음으로 살려고 노력하던 녀석.

방학 때도 훈련받느라 힘들었다는 녀석.


녀석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샘.. 안녕히 계세요.” 하고 말하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나도 겨우 진정되던 눈물이 다시 쏟아졌다.


녀석과 부둥켜안고 울고 있으니, 옆에 서 있던 남학생들이 아우성이다.


“쌤..그만 우세요~”


“보☆야, 힘들면 언제라도 선생님에게 전화하고, 찾아오고 그래. 알았지?”


“네..쌤...”


“그래.. 그만 울고.. 이제 가야지.”


“네...”


녀석은 가라는 말에도 계속 내 눈을 보고 서 있다.


몇 번이나 얼른 엄마가 계시는 곳으로 가라고 , 또 보자고 얘기하고 달래서 보낸다.


녀석들의 졸업장을 나눠주다 보니, 명수(가명) 이 녀석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명수 어디 갔어?”


“몰라요~”


"조금 전까지 있었잖아요~!"


“명수 찾아봐~”


“쌤~! 명수 저기 있어요! 근데 명수 울어요!”



명수가 운다는 말에 녀석들이 우르르 명수에게 몰려간다.


명수는 의자에 앉아 그 큰 눈이 시뻘게져서 울고 있었다.


그런 명수를 보며, 나도 덩달아 울며, 나는 더 새빨개진 얼굴로 명수에게 말한다.


“명수야~ 왜 울고 그래...”


옆에 서 계신 명수 어머니도 “아휴, 이 녀석이 저를 울리네요.” 하시며 따라 울고 계시고, 아버님의 눈도 붉게 물들어 있다.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싸움도 하고, 사고 결석도 했던 녀석. 그러나 크고 예쁜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며, 힘쓰는 일이라며 척척 도와주곤 했던 녀석.


1년 동안, 한결같이.

때로 자기는 아파서 점심을 먹지 않는다고 밥을 받지 않으면서도, 내 밥은 꼭꼭 받아서 책상 위에 놓던 녀석.


녀석의 눈물을 보니, 내 가슴도 울린다.


“명수아~! 그만 울고... 고등학교 가서는 더 잘하자. 알지?”


내 말에 녀석은,

“아.. 내가 왜 이러지?” 하며 눈물을 닦고선,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명수가 울기에 나도 따라 울고 있는데 옆에서 “선생님 그만 좀 우세요~!" 라며 계속 촐랑거리며 귀엽게 굴던 호☆이가 조용하다 싶어 옆을 보니, 녀석도 울고 있다.


“야~! 호☆이도 울어~!”

몇몇 녀석들이 신기한 듯 호선이를 보며 킥킥거리는데, 나를 보고 왜 우느냐면서 계속 장난치고 놀려대던 녀석이 고개를 숙이고 우는 모습을 보니, 울던 나는 갑자기 웃음이 난다.


‘아니, 이 녀석은 어쩜 우는 것까지 귀여워.’


“호☆아~! 자주 와~! 보고 싶을 거야”


"네, 쌤..자주 올게요”


녀석은 눈물을 씩씩 닦더니 사진을 찍자며 밖으로 나가자고 한다.



강당 밖으로 나갔더니, 벌써 온몸에 밀가루가 범벅이 되어 돌아다니는 녀석이 하나 둘이 아니다.


우리 반장, 부반장은 치마가 거의 다 찢어진 채로 나에게 오더니,


“쌤~! 저희들, 집에 어떻게 가요~!”라며 우는 소리를 하면서도 얼굴은 상글벙글하다.



녀석들과 사진 몇 장을 찍고, 교무실로 올라오니 분위기가 착 가라앉은 게 이상하다.


샘들이 모두, 녀석들을 보내고 나니 섭섭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회식자리에서 3학년 부장님이 말씀하신다.


“얘네들이 작년 애들보다 정이 더 많은가 봐. 작년엔 이렇게 안 울었는데...”


“그러게요. 저도 작년엔 이렇게 안 울었는데...^^;;;”



집에 와서 가만히 앉아있는데, 녀석들의 우는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못다 준 사랑에 마음이 아프다.


언제쯤이면, 나의 기준과 잣대로 녀석들을 바라보지 않고, 녀석들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감싸줄 수 있는 넉넉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떠나보내고 나서도 못다 준 사랑 때문에 아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 밤엔 이런 기도를 해야겠다.


“하나님. 녀석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지 못했음을 용서하시고, 저도 알지 못하지만 저의 연약함으로 인해 녀석들에게 주었던 상처들이 있다면 그 상처들을 만져주소서.


이제 녀석들을 떠나보냈으니, 이제 새로운 시작이 다가옵니다. 새로운 시작은 이번보다 더 낫게 하소서. 더 많이 아파하고,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용서하는, 우리를 향한 아버지의 그 마음을 아이들을 향해 품을 수 있는 삶이 되게 하소서. “


200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