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하는 A

by 친절한 햇살씨

오늘 시간표는 1,2,4,5,6

수업이 비는 3교시엔 일 좀 해보려 하고 있었다.


컴퓨터 앞에서 학급의 이런저런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는데, 뒤에 누군가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니, 한번 화가 나면 참지 못한다는 A가 언제부터 와 있었는지 서 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내 물음에,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한 녀석은 입으로 중얼중얼 욕을 하면서,


옆에 앉아도 되죠?

하고 앉는다.




무슨 일 있었어?


질문에도 답하지 않고 혼자 계속 구시렁거리며 누구에겐 지 알 수 없는 욕을 하고 있는 A. 아마도 누군가와 트러블이 있었던 듯하다.


말을 해야 선생님이 알지.
얘기 좀 해봐.
누가 우리 A를 이렇게 화나게 했을까?



녀석은 욕을 멈추고, 숨을 크게 내쉬면서 말한다.



아니요!
아, 제가 미안하다고 하면 됐지,
아이 진짜~%#$&



음... 누구랑 그런 건데?



........




그래.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말고,
마음 좀 가라앉혀.




그리고 녀석의 등을 토닥토닥 토닥여준다.

아이를 재우듯. 토닥토닥.


몇 번 하면 싫다고 뿌리칠 줄 알았는데, 가만히 등을 대놓고 있는 A.

신기하다.


그렇게 가만히 내버려 두니, 중얼거림이 멈춘다. 그리고 갑자기 말을 한다.


제가 공을 던졌는데 모르고 맞혔어요.
그래서 가서 미안하다고 했는데,
왜 저한테 욕하면서
가만히 안 둔다고 하냔 말이에요.


그래? 누가?


00 이가요.




00 이가?
아이고,,00 이가 잘못했구먼~!
샘이 불러다 얘기할게.


아니에요.


그래서 많이 속상했어?



녀석은 대답 대신 입에서 바람을 내뿜어 앞 머리카락을 날리며 시선을 돌린다.



이제 마음이 좀 진정됐어?
수업 들어갈래?



지금 교실 들어가기 싫어요.



그래?



......



그래.
그럼 선생님 옆에서 있어라.



녀석은 옆에 앉아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리를 떨면서, 의자를 앞뒤로 흔들고, 껌을 씹으며, 내가 하는 일을 지켜본다.


'그래도, 학교 밖으로 뛰쳐나가지 않고 나한테 찾아와 준 것이 얼마나 고맙냐.' 하는 마음에, 녀석이 앉아서 그러고 있는 모습도 귀엽다.


한 시간이 뚝딱 흐른다.



이제 교실 들어가도 되겠어?
진정됐어?






에 에이 뭐야. "네!" 해봐.



네.



그래,
지금부터는 기분 좋게 보내기야.




넹.


며칠 전에도 답답해서 도저히 교실에 있을 수가 없다고 조퇴시켜달라더니. 그리고 그런 증상은 1주일에 한 번씩은 찾아온다더니 오늘은 친구와 부딪쳤구나.


녀석이 화가 나는 일이 생기지 않길.


아니, 생기더라도 이겨내고 참아낼 수 있는 능력이 아이 안에서 자라나길.


그냥. 쓰다듬어주고 믿어주고 사랑해주고 기도해주는 일밖엔.



2015.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