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이 좋았더라

by 친절한 햇살씨

1. 선생님 오신다!


1반 아이들은 깜찍한 짓(?)을 잘 한다. 종이 울려서 교무실을 나와 3반을 지나 2반을 지나가노라면 1반 교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야! 선생님 오신다!


얼굴을 내밀지도 않고, 내가 가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자기들끼리 카운트 다운도 한다.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일!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입을 모아,



안녕하세요!!!


한다.



“~안녕하세요!”



하고 교실에 들어가 교탁 앞에 서니, 아이들이 칠판을 보라고 아우성이다.


무슨 일인가 싶어 칠판을 보니, 이런 그림이 나를 보고 있다.

image01.png


그림이 하도 귀여워 사진을 찍으니, 아이들은 왜 찍냐고 묻는다.


사랑스런 녀석들 덕분에 피곤한 금요일 5교시 수업은 금세 지나간다.




2. 지아비는 즈그 아부지

아이들의 어휘력이 많이 부족한 듯해서, 교과서 진도가 다 나간 반부터 우리말 십자말 풀이를 시작했다.


선생님!
고모의 남편이 뭐예요?


한 녀석이 물었고, 알아서 찾아보란 내 말에, 다른 아이들이 대답해준다.



고무부지 뭐야!


그런데, 질문했던 그 녀석. 고모가 안 계시나? 고모부를 모른다.



고모구?



아이들은 답답하다는 듯이 다시 말한다.



고모부라고!


내가 다시 설명해줬다.



고모는 알지?


네!


그 고모의 남편이라서,
고모 '부'라고 해.


아이는 열심히 받아 적긴 하는데 뭔가 제대로 이해한 느낌이 안 들어 다시 묻는다.



'부'자가 무슨 '부'인줄 알아?


네.


'아비 부'요.


아니야. '지아비 부'야.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지아비 '가 무슨 뜻인지는 알지?


그러자 녀석이 당당하게 한 말.



네! '즈그 아부지'요!


(@.@)

3. 말(言)은 힘이 세다!

금요일 아침부터 우리 반 아이들이 티격태격했다. 그리고 체육시간이 끝난 후엔 또 다른 아이들이 티격거렸다.


무엇이 문제였나 들여다보니 모두, 감정을 그대로 실어서 '말'로 표현하다보니 벌어진 일들이었다.


아이들 몇몇을 데리고 상담을 한 후, 마침 4교시가 우리 반 수업이기에 훈화를 시작했다.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하는데도, 아이들은 언제 다퉜냐는 듯 시끌벅적 신이 난 분위기라, 모두 눈을 감으라고 했다.


자!
모두 눈을 감으세요.



눈을 감고 조용해진 아이들.


차분하게 말을 시작했다.



얘들아. 있지....
말(言)은, 힘이 쎄단다!


이 말을 하자, 1-2 초의 정적이 흐르나 싶은데 갑자기 어떤 녀석이,



히이~힝!!!!!!!!!

하면서, 말(馬)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닌가!



진지하게 무게 다 잡아두었는데, 아이들이 순식간에 깔깔거리고, 나도 같이 웃고 말았다.


언제나 6월 말이면 지쳤고, 7월이 되면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우선은 아이들이 너무 예뻤고, 선생님들이 너무 좋았고, 교장 교감선생님도 너무 좋으셨다.


하루하루 신나고 즐겁게 지내다보면 어느새 일주일이 훌쩍 지나가 있었고, 피곤한 줄도 모르고, 방학하기 하루 전 늦은 밤까지 ‘1학년 점프밴드 & 재능한마당 축제’를 하고 나니 방학하는 날이 되어있었다.


무더운 열기 속에서 열심히 점프밴드를 하고 춤을 추고 노래하는 아이들과, 땀을 흘려가며 응원하신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님까지.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뜨거웠다.


어느 한 사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무엇이든 하자고 하면, 흔쾌히 마음을 모아주는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그리고 또 긍정적인 태도로 성실하게 따라와 주는 학생들이 있었기에, 늘 묵묵히 지원해주시는 따뜻한 교장 교감샘이 계셨기에, 학교를 믿어주신 학부모님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한 학기를 마치고,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을 묻는 내게, 모든 선생님들이 말씀하셨다.



모든 날이 좋았어요.

은혜로운 날들이었다.



2019.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