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그리고 새로운 만남

by 친절한 햇살씨

작년 12월 말. 생기부 작업 등 학년을 마무리하느라 정신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퇴근하고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데 교무부장님께서 전화로 슬픈 소식을 전하셨다. 교장 선생님께서 명예퇴직을 하신다는 소식.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면서 눈물이 먼저 나왔다. 아직 정년이 남아있는 상태였고, 교장 선생님과 함께이기에 어떤 일이든 다 한다는 마음으로 혁신 부장도 한다고 했던 건데 교장 선생님께서 퇴직이시라니.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려 했으나 금세 들키고 말았다.



아이쿠, 벌써 울어요?
내가 전화를 잘했네.
지금 그 감정 그대로
송별사를 준비해 주세요.


아니, 정말. 뭐예요.
흑-.


그러게요.
저도 소식 듣고
며칠 동안 마음이 울적했네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동안 많이 고생하셨으니
즐겁게 보내드려야죠.


이날부터 송별사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며칠은 컴퓨터 앞에 앉아도 도무지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먹먹하고 애틋한 마음에 “교장 선생님께” 이 단어만 적어둔 채로 멈추어있었다.


혁신학교로 발령받고, 오자마자 학년 부장을 하면서 모든 것이 낯설고 약간은 두렵기도 했던 그때, 수시로 학년실에 오셔서 “학년 부장은 1학년 교장이다. 나는 아무 힘이 없는 사람이다. 1학년 교장 말을 잘 들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면서 힘을 실어주시고, 조용히 뒤를 살펴주시던 모습.


무더운 어느 여름날, 점심 시간에 회의를 해야 할 것 같으니 선생님들 모아달라고 전화하시고선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오셨던 일. 어려운 학부모님 때문에 모두가 힘들어할 때 선생님들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려주시고 조용히 도우셨던 모습.


때로는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든 유머를 던지셔서 그 의미를 해석하느라 선생님들을 끙끙거리게도 하셨던 모습...


비록 아이들이 힘들고 학부모가 힘들어도 교사들을 지원해주시고 지지해주시는 교장 선생님 덕분에 학년 선생님들의 분위기가 좋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누리며 지내왔다.


우리 학교의 가장 큰 자랑은 어쩌면 교장 선생님이었는지도 모른다.


‘언제든 무슨 일이 생기든 교장 선생님께 찾아가서 의논드리면 되지’하는 믿음이 있었기에 두려움 없이 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분이 학교를 떠나신다니, 당장 올해부터 뵐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텅 빈 듯 허전하고 막막한 마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늦은 밤 송별사를 쓰며 혼자 울었다. 다음날은 원고를 고치며 또 읽고, 그다음 날은 수정한 원고를 읽으며 울었다.


누군가를 보내며 이렇게 애틋하고 안타까웠던 적이 있었던가? 생각하니 없었던 것 같다. 그저 관리자가 바뀌면, ‘또 바뀌나 보다. 구관이 명관이 되려나? 이번엔 좀 좋은 분이 오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던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교장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없어 슬픈 중에도, 누군가가 당신과의 헤어짐을 이토록 안타까워하며 눈물 흘리고 있으니 교장 선생님은 정말 멋진 인생을 살아오신 분이 아닐까, 정말 행복한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좋은 분을 알게 되고 함께할 시간을 가졌던 것이 축복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교직 생활에서 본받고 싶고 마음으로 따르고 싶은 분을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큰 기쁨이요 복인가!!!


이렇게 생각하니 슬픔은 감사가 되었고, 울적했던 마음은 새로운 삶을 향해 나가시는 교장 선생님을 향한 축복으로 바뀌었다.


마지막 날, 사정회를 하고 송별사를 읽기 전. 마음을 누르고 또 눌렀지만, “교장 선생님께.”라고 부르는 순간부터 눈물이 쏟아져서 어떻게 글을 읽어내려갔는지 모르겠다.


눈물로 마스크는 엉망이 되었고, 여기저기에서 훌쩍이시는 선생님들의 소리도 들려왔다. 그렇게 교장 선생님은 선생님들의 따뜻한 마음을 받으시며 인생의 2막을 향해 떠나셨다.


올해, 우리 학교에는 새로운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교무부장을 비롯하여 많은 선생님들이 바뀌게 된다. 이제 곧 인사이동 발표가 있을 것이고, 이 글을 읽을 때 즈음이면 선생님들은 모두 새 학년 준비로 정신없이 바쁠 것이다.


어제는 전입해오시는 선생님들께 드릴 자료를 정리하면서 많은 고민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따뜻한 느낌으로 맞이할 수 있을까?’


‘낯선 곳에서도 부드럽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좋은 분들과의 이별 후, 이제는 또 다른 좋은 분들과의 만남을 준비한다. 좋은 분들과의 만남을 준비하며,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임을 다시금 마음에 새겨본다.


나는 과연, 후배 교사들에게 동료 교사들에게 좋은 동료 교사로 살고 있는가.


좋은 교사이자 좋은 동료, 좋은 관리자로 떠나시는 교장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며, 나 또한 훗날 좋은 교사로 떠나게 되길 조용히 기도해 본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언제나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임을, ‘먼저 섬기고 세워주는 모습’임을 잊지 않고 살아가길 다짐해본다.


이별이 아쉬웠던 만큼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설렌다. 올해는 어떤 행복한 일이 생길까, 어떤 보배 같은 만남이 있을까. 어떤 배움과 성장이 있을까.


새 학년, 새 자리, 새 학생, 새 동료, 모든 것이 새로운 3월.


이 글을 읽는 선생님들의 마음속에 평강이 가득하시길. 무엇보다 좋은 만남에 대한 기대와 감사로 기분 좋은 출발을 하시게 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