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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햇살씨 Aug 17. 2022

낙타가 사는 귓 속

귀여운 둘째씨

우리 아이들은 귀를 후벼주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은 순전히, 귀를 후벼주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의 독특한 취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제 일주일 후면 23개월에 접어드는 막내도, 의사표현을 하는 순간부터 귀가 가려우면 손가락으로 귀를 가리키면서 귀를 후벼달라고 손짓발짓 해댔으니,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귀를 후비는 걸 좋아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다 알만한 사실이다.


귓속이 너무 간지럽다고 귀를 후벼달라는 첫째의 요청에 의해, 


"너무 자주 후비면 안 좋은데~" 


하고 말은 하면서도 바로 귀후비개를 준비해 온 햇살씨.



자동으로 엄마 무릎에 누운 첫째.



첫째의 귀를 후비고 있노라니, 자동으로 둘째와 셋째도 엄마와 큰애 옆으로 다가오더니, 


"나도 나도!!" 하고 소리를 지른다.


"둘째는 2번! 셋째는 3번! 자~~ 순서 기다리세요~!!!" 하고 말해두고 나니, 잠시 찾아온 평화.



그래도 둘째와 셋째는 기다리기 힘든지, 큰애 귓속을 자기들이 들여다보겠다고 야단이다.


순서를 기다리라며, 얌전히 기다리지 않으면 안 해주겠다고 협박(?)해가며 결국 셋의 귓속을 모두 정리해줬다.


만족해하면서 신나게 놀던 세 아이들.


갑자기 첫째가 귀를 만지며 다가온다.



"엄마! 근데, 귓속에서 뜨그덕 뜨그덕 하는 소리가 계속 나요~"


"아...가루가 떨어져서 돌아다니나보다. 괜찮아."



이렇게 얘기해주고 집안 일을 하고 있는데, 잠시 후 둘째가 다가오더니 



"엄마! 귓속에서 낙타가 뚜벅뚜벅 걸어다니는 것만 같아요!" 한다.


"어머나, 세상에! 우리 둘째씨 귓속에서 귀지들이 돌아다니나보구나. 근데, 낙타가 걷는 것처럼 들렸어?"


"네~ 이히~~~"



녀석은,, 이처럼 멋진 비유를 해놓고선 씩 웃고 가버린다.



아! 아이들의 살아있는 생각.

이 생생하고, 참신하고, 맑은 비유! 



둘째를 시인으로 키워야 하나?                                     




201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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