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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햇살씨 Aug 17. 2022

생각이 짧은 엄마

엉뚱한 엄마

지난주에 외할머니가 다녀가시면서, 외할머니가 특별히 아끼는 "내사랑 둘째씨"가 할머니께 껌을 사달라고 했다며 껌을 몇 통이나 사주고 가셨다. 


워크숍을 다녀오니 두  아들이 양 손 가득 껌을 쥐고 돌아다녔다.


밥을 먹고 나면,

"엄마, 껌 먹어도 돼요?"


목욕하고 나면,

"엄마, 껌 먹어도 돼요?"


계속 껌에 목숨걸고 다니는 작은 아드님을 보는 것이 심히 괴로운 엄마.


"아니! 도대체 외할머니는 무슨 껌을 이리 많이도 사주고 가셨다니!!"

"엄마, 껌 먹어도 돼요?"

"안 돼!"

"왜요~?"

(뭔가 그럴싸하게, 무섭게 말해야지 앞으로 안 씹겠지?)

"껌씹으면, 턱이 사각형 돼서 얼굴도 못생겨지고 이도 망가지고 안 좋으니깐!"


먹는 거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떨어질 때까지 군침을 흘리며 바라보는 작은아드님의 성향 상, 저 껌이 다 떨어지기 전까지 "껌 먹어도 돼요?" 하며 엄마를 달달 볶을 것이 눈에 선했다.


"아...자기야,,저 껌..저거 어떻게 좀 하고 싶다."


그러자, 햇살씨의 남편님.


"나도 마찬가지네."


아..멀쩡한 껌을 버리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저 껌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귀찮게 할 것 같고, 그렇다고 한꺼번에 왕창 넣고 다 씹어버리라고 할 수도 없고 이거야 원.


그러다가 갑자기 햇살씨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얘들아! 너네, 저 껌...내일 유치원 가서 친구들 하나씩 다 나누어주고 와."


그러자 두 아들은 평소에 친구들이 먹을 걸 나누어주곤 했는데, 자기들도 친구들에게 줄 것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그리고 유치원을 다녀온 두 아들.


저녁을 먹으려는데, 작은아드님이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한다.


"엄마! 친구들 껌 못 주고 왔어요."


"왜?"


"어..선생님이 친구들 껌 주기만 하면 가만히 안 둔다고 했어."


"아니,,왜???????"


"몰라."


"왜 몰라? 자..! 이제부터 엄마가 선생님이야. 둘째씨가 선생님한테 말한 대로 그대로 해 봐."



"응....선생님!"


"왜?"


"제가 껌 가지고 왔는데, 친구들한테 하나씩 나누어줘도 될까요?"


"그래? 껌을 왜 가지고 왔어?"


"음..엄마가요, 껌 먹으면 얼굴이 사각형 되고 못생겨지고 이도 망가진다고 친구들 하나씩 다 나누어주래요."



오. 마. 이. 갓. 뜨.





"그래? 너 혼자 다 먹어. 너 친구들 껌 나누어주는 거 보이기만 하면 선생님이 가만히 안 둘 줄 알아! 푸하하핫...이렇게 한 거야? 오. 맙소사!!!"



이 상황을 지켜보던 첫째씨와, 상황파악이 된 햇살씨는 배꼽을 잡고 말았다.



늦게 들어온 남편에게 이 상황을 그대로 재현했더니,


"자기가 껌 보낸다고 할 때, 좀 그랬어..선생님들이 얼마나 싫어하겠어?"


"아니..그럼 말을 좀 해주지. 난 껌을 빨리 해치워버릴 생각만 했지 뭐야."


아이고...선생님! 제가 생각이 짧아서 죄송해요. 그렇다고, 친구들 얼굴 못생겨지고 이 망가지라고 보냈던 것은 아니었답니다. ㅠ.ㅠ


아들아! 엄마가 미안하구나...헤헤...ㅡ,ㅡ;;;;



201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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