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ngle moor
며칠 평지를 걷다가 다시 산과 산을 넘어 다니는 여정.
자그마한 산을 연달아 오르고 내린다.
어느 골짜기 벌판에 있는 농가 숙소에 들었다.
Cringle moor에서 내려다보니 골짜기에 한 채의 집이 있다. 들판에 딱 하나 있는 집.
인터넷 사이트에도 오르지 않은 숙소를 메일로 예약하고, 신용카드정보도 디파짓도 요구하지 않은 숙소라 과연 예약이 되긴 된 건가 하고 찾아왔다.
할머니 한 분이 투박한 억양으로 신발벗고 들어오라 하신다. 걸어오는 길 천지가 염소똥이니 신발을 들일리가 없다
North York moors park 지역의 무어 ᆢ황야
바람이 거세고 거세다.
이런 곳이 폭풍의 언덕인가.
바람이 하늘 끝까지 불어 나간다.
2층방에 들어 창밖으로 황야를 본다.
영국 걷기를 하려 했던 것이 이런 풍경들 때문 아니었나 ᆢ
히쓰(헤더)가 가득한 황야.
히드클리프를 부르며 휘도는 바람들.
외롭고 고독한 집.
나름 coast to coast 걷기 좋다는 8월 말이지만 사람구경하기 어렵다.
동양인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내일도 산중 숙소인데 비 예보도 있고 바람은 오늘보다 더 세다고 나와있다.
겁이 조금 난다.
나무가 가려주지 않아서인지 바람이 불면 몸이 휘청거린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면 몸을 주체하기가 어렵다. 다행인 것은 비는 간헐적이라는 것.
바람에 휩쓸리는지 구름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인터넷도 끊어진 농가 2층방 침대에 기대어 창 밖 내다보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있기.
빨래는 해서 널었고
긴 여름해는 아직 한참 남은,
적적한 오후.
패딩을 껴입고 마당 나무 의자에 앉아
히드클리프를 부르는 바람이 어디로 가는지 볼까.
이 바람의 황야에서 떠도는 수많은 이야기들.
길고 긴 오후가 바람 속에 펄럭인다.
저녁 창밖에 뜬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