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going to Scarborough?

스카보로우의 추억

by somewhere

내 나이 때 사람들은 스카보로우라는 지명이 친숙할 것이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음악이 유행하던 시기의 세대이기 때문이다.

가사의 의미는 모르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감미로웠고 선율은 아름다웠다. 잔잔하면서도 이상하게 쓸쓸한 느낌을 준다.


Are you going to Scarborough fair?

원제는 그렇지만 나는 늘 들을 때 '스카보로우에 가보셨나요?'로 생각된다.

언젠가 클래식 기타로 연주한 이 노래를 하염없이 들으며 제주도 바닷가 길을 오래 걸은 적이 있다.


그 쓸쓸함, 감미로움이 스카보로우, 알지 못하는 그 도시에 대한 나의 느낌이다. 나는 그 도시가 실제로 존재하는 도시인지도 몰랐다. 있다면 막연히 남미 쪽에 있으려니 생각했다. 사이먼과 가펑클이 부른 또 하나의 노래 <철새는 날아가고>가 남미 노래였기 때문일 것이다.


CTC 트레킹을 로빈훗 베이에서 끝내고 바로 위에 있는 Whitby라는 아름다운 항구도시에서 숙박했는데 그곳에는 스카보로우행 버스가 30분 간격으로 다니고 있었다,

드디어 노래로만 알았던 그 스카보로우를 가게 된 것이다. Whitby도 아름다웠는데 그곳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까 기대하며 갔다.


비가 내리는 흐린 날이어서였는지 도시 첫 느낌은 스산했다. 황량하기도 하고 칙칙했다.

한때 번성했으나 쇠락해 가는 기운이 흐르는 도시.

그동안 빛나게 아름다운 자연 속의 시골들만을 보고 걷다가 도시를 봐서인지 이상하게 삭막했다.

다 부서져 내리고 파편만 남은 스카보로우성처럼 퇴락해가는 도시로 보였다.

시골은 자연 속에 있기에 화려하지 않아도 그 소박함이 아름답지만, 도시는 자칫하면 더 누추하고 초라하며 음산하기까지 하다.

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아름답다.

옛날 그대로니까.


숙소가 있던 해안가도 왠지 썰렁했다.

도시 중앙시장 격인 마트도 빈 점포가 많고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외국인으로서 괜히 몸을 움츠리게 되는 지역들이 있다. 숙소 주변이 왠지 그랬다. 시장에서 본 마약에 찌든 남자 때문이었는지 ᆢ

이민자들이 많은 동네 같았다.

우리들의 편견이란 ᆢ


아침 일찍 해변 산책을 나갔는데 한때 영화를 누렸던 온천휴양지로서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막 9월에 들어섰지만 이른 아침에 우리는 패딩을 걸치고 나갔다. 쌀쌀한 기온에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노래가사에 후렴처럼 자꾸 되뇌어지는 단어들이 있다.

Parsley, sage, rosemary and thyme.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 그리고 타임


노래 전체 분위기는, 사랑했으나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절함이 있는데 자꾸 저 허브 이름들이 나온다.

스카보로우 페어 ( Scarborough Fair ) 즉 시장엘 가서 저 허브들을 사 오라는 건가 ᆢ


꽃에 꽃말이 있듯 풀들에게도 상징이 있다고 한다


Parsley 위안. Sage 지혜. Rosemary 기억

Thyme 용기·정절


중세의 상징체계에서 사랑에 필요한 덕목들이라 한다.

중세 때부터 전해지던 옛 노래.


Remember me to one who lives there.

She once was a true love of mine.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 나를 기억한다고 전해주.

그녀는 내 진정한 사랑이었으니.


스카보로우에 살고 있는 그 어떤 여자에게 기억되고 싶어서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 타임을 되뇌인다.


서글프고 쓸쓸하다.

중세 때부터도 이런 가사로 불렸는지는 모르겠다.


스카보로우는 볼 것이 없는 도시란 소리를 듣고서도 기어이 왔었다는 누군가도 그 노래가 마음속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찾아와서 거닐고 보고 떠나면서

더 쓸쓸해지는 스카보로우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