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me.
햄릿과 햄넷이 같이 쓰였다고 한다. 그 시절엔.
셰익스피어 이야기다,
영화를 보는데 점점 불안해져 왔다.
어디선가 셰익스피어의 죽은 아들 이름이 햄릿이라 들었던 기억이 가물가물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저 예쁘고 영민하고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이가 죽는단 말인가. 셰익스피어의 부인은 마치 숲의 정령 같은 여자로 나온다. 아이를 낳을 때도 숲의 자궁 같은 곳에 기어들어가 포효하듯 아이를 낳는다. 그 어머니의 어머니도 모두 숲 속에서 나왔다고 한다.
사실적인 기록이 없는데서 상상이 피어오른다.
셰익스피어에 관한 개인적 기록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들었다.
처음으로 햄릿이 공연되는 장면, 셰익스피어가 햄릿의 죽은 아버지 유령으로 나와서(이것이 역사적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 햄릿을 바라보는 장면에서 모든 슬픔이 집결된다. 실은 셰익스피어가 주인공이 아닌 듯 비중이 약한 스토리에서 갑자기 셰익스피어의 감춰진 억눌러진 슬픔이 처연하게 터져 나온다. 무대를 향해서 손을 내미는 무수한 어미들의 손이 숲에서 솟아 나오는 나뭇가지들 같이 뻗어 오른다. 그 거칠고 메마른 손들을 보며 햄릿의 어미는 그제사 위로와 애도를 받는다.
나도 손수건을 찾느라 부스럭거리지만 뒷자리 어디선가 훌쩍거리는 소리를 멈추지 못한다.
지난여름 런던 셰익스피어 글로브 그라운드에 있었고 억지감지로 햄릿을 읽었던 터라 느낌이 더욱 깊었다.
리어와 오델로도 얼마 전 읽었다.
그는 왜 이리 인간의 어두운 면에 천착했을까.
셰익스피어에게 인간은 어리석거나 비열하기만 한 존재일까. 사실 대충은 그 사이에서 오락가락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겨울이 갑자기 백기를 들고 뒤로 물러나는 것 같다.
이러면 마음이 흐물흐물 녹아내릴 것 같다.
차갑지 않은 공기가, 산들한 바람에 당황해서 거리에 멈춰 서게 된다.
따뜻한 바람으로 살얼음판에 금이 가듯
마음에 균열이 일 땐,
일단 나가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