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양치기 엄마 2

왜 그랬던 걸까?

by 경자의 서랍





엄마와 사는 동생 집에는 홈캠이 있다. 출근하고 혼자 남아있는 엄마를 살피느라 설치해 놓은 것이다. 나는 그것에 대해 잘 모르지만 화질이 좋았고 회전을 시키면 엄마가 주로 있는 거실과 주방 쪽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 그것으로 대화도 가능했다. 동생은 하루에도 몇 번씩 홈캠과 연결된 핸드폰으로 엄마가 무얼 하고 있는지, 별일 없는지를 살폈다.



어느 날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 달 가까이 입원하고 있던 엄마가 병원에서 퇴원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십일월, 때 아닌 이른 추위에 밖은 가는 눈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언니! 집에 좀 가봐야겠어. 엄마가 벌써 두 시간 넘게 화면에 보이지 않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정말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어린아이처럼 식탁이라던지 싱크대를 붙잡고서야 겨우 움직이는 엄마가 이 추운 날 신발을 신고 혼자 밖으로 나갔을 리는 없었다. 나는 화장실을 먼저 들여다보았다. 닫힌 방문도 열어 확인을 하고 주방 쪽 베란다까지 살폈지만 집안 어느 곳에도 엄마는 없었다.


"엄마 안 보이는데? 집안에는 없는 것 같아"


동생과 통화를 하고 다시 한번 집안을 꼼꼼히 둘러보았다. 그때 베란다 구석 빨래 건조대에 널어놓은 수건들 아래로 엄마 발이 보였다. 놀라 가까이 다가갔다.


"엄마!! 여기서 뭐 해!!"


엄마는 나뭇잎무늬 잠옷을 입고 양말을 신은 채 빨래 건조대 아래 옆으로 누운 자세로 있었다. 그리고 충격적 이게도 엄마는 주름진 목에 옛날 빨랫줄로 쓰던 주황색 나일론줄을 한 바퀴 돌려 감고 양손은 그 끝을 단단히 틀어 쥐고 있었다. 놀란 내가 줄을 잡고 있는 엄마 손을 풀려고 하자 깡마른 손에 더 힘을 주어 잡아당겼다. 얼굴이 금세 뻘겋게 달아올랐다.


나일론줄을 빼앗고 빨래 건조대를 치운 나는 엄마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질질 끌다시피 겨우 거실로 데려 올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동생이 헐레벌떡거리며 들어왔다.



그날 오래된 기억 하나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떠오른 기억




원성동 살 때, 그러니까 우리 삼 남매가 모두 국민학교에 다니던 때였다.


집에서 원성천 뚝을 따라 유량동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도로공사 중인 곳이 있었다. 포장을 하기 전이라 흙길인 채 있던 그곳에는 수로관 공사용으로 가져다 놓았을 커다란 콘크리트 흄관들이 도로 한쪽에 많이 있었다. 가운데가 빈 원형 콘크리트통 모양인 그것을 우리는 '노깡'이라 했다. 어린 내가 들어가 앉으면 보이지 않을 정도쯤 크기여서 숨바꼭질하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나는 자주 그곳에서 혼자 놀았다.


그날도 그곳에서 혼자 놀고 있는 나를 오빠와 동생이 찾으러 왔다. 나는 엄마가 찾는 줄 알고 긴장했지만 아니었다.


"우리 지금 들어가면 안 돼!"


오빠는 비장한 얼굴로 아버지 올 때까지 우리가 집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홉 살이던 동생은 옆에서 훌쩍거리며 울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엄마가 약국에 가서 죽어버리는 약을 동생에게 사 오라고 시켰다고 한다. 그 소릴 듣고 무서웠던 동생이 오빠에게 이른 것이었다.






그날 우리는 원성천 개천 물에 어른대던 키 큰 포플러나무 그림자가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 있었다. 여름이었는지 가을이었는지 계절은 생각나지 않지만 해가 지자 배도 고프고 추웠다.


그렇게 한나절을 불안에 떨며 저녁밥도 굶은 채 아버지 퇴근을 기다렸다. 어두워서야 집에 오는 아버지 꽁무니를 따라 슬그머니 집에 들어가면서 나는 엄마 눈치를 살폈다. 방에 있던 엄마는 마치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굴었다. 어렸었지만 순간 동생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저녁을 얻어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는 엄마가 죽지 않아서 다행이었고. 아버지는 엄마만 괜찮으면 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가, 그때도 오늘처럼 그렇게 지나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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