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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미 Jun 04. 2020

응,  기계면 뭐 어때? 새로운 시작이야

인공지능의 창작물, 예술로 인정할 수 있을까?



작년에 sns 상에서 유행했던 한 사이트가 있었다. 내 셀카를 입력하면 고전 명화로 바꿔주던 사이트였는데 당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재미 삼아 한 번씩 해보던 기억이 난다.

이렇듯 우리 생활 속엔 인공지능과 예술의 만남이 생각보다 많다. 특히 인공지능 예술은 그 범용성과 무한한 가능성으로 장래가 기대되는 기술이다.

어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발전한다면 인간들이 할 일은 없어지고 더 나아가 예술 또한 기계가 대체하게 될 거라고 말한다.

그럼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발전했을까?




떠오르는 신예 작가!
 

마리오 클링게만, 《 행인의 기억 》


최근 경매장에서는 새로운 신예 작가들의 작품들이 연신 화제이다. 오비어스, 넥스트 렘브란트, 딥드림 등 이름만으로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감이 안 잡히는 이 작가들은 누구일까?

바로 인공지능 예술가들이다. 인공지능이 예술을 창조한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그 작품들이 수 억 원의 가격에 매매되고 있었다. 2019년 3월 6일, 독일 인공지능 ‘마리오 클링게만’의 ‘행인의 기억’이 4만 파운드에 낙찰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작품을 예술이라 인식하고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출처



작품을 넘어 '사조'를 창작하다


인공지능 미술은 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그 가능성이 정말 무궁무진하다. 한 명의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그림을 배우고, 기술을 배워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등 오늘날의 미술 전공자들은 대부분 최소 3년 이상은 실력을 쌓는다.


또한 자신만의 화풍을 가진다는 것,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가진다는 것은 작가가 되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을 인공지능은 한순간에 해낸다.


더 놀라운 것은 인공지능이 특정 작가의 화풍, 질감을 모사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예술사조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C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의 작품들


이는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기술로, 인공지능 예술가 ‘CAN’ 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미술사조를 창조해 냈다. ‘CAN’이 8만 1449개의 작품들을 학습하고 그려낸 작품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던 새로운 장르의 작품이었다.

여기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인공지능 예술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학습하고 인공 신경망을 통해 모방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지만 기존 작품들을 똑같이 따라 하지는 않도록 프로그램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보다 표절이나 창의성에서 자유롭게 된다.


 출처



인간과 기계의 대결, 승자는?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작품에서 우리는 기계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중국의 예능 프로그램 ‘기지과인’은 재미있는 실험을 한다. 인간 디자이너와 인공지능 ‘추반’의 대결이다. 대결은 간단하다. 주제에 맞춰 광고 포스터를 디자인하고 투표를 해 승자를 가르는 방식이다. 결과는 누구의 승리였을까?

인공지능의 위협 속에서 인간 디자이너가 승리했을까?

투표 결과, 인간 디자이너가 승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추반은 1등과 4표 밖에 차이 나지 않았고 4명 중 2등을 차지하는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었다. 심지어 심사위원들과 방청객 중 그 누구도 추반의 작품을 찾을 수 없었다.


오른쪽 상단이 '추반'의 작품, 나머지 세 작품은 인간 디자이너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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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속도, 놀라운 가치


'루반'이 디자인한 광군절 배너


사람의 산출물과 구분이 불가할 정도로 발전한 인공지능을 아주 잘 활용한 사업가가 있다. 중국의 대표 쇼핑 플랫폼 ‘알리바바’이다. ‘알리바바’는 중국의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불리는 광군절에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인공지능 디자이너 ‘루반’이 사이트의 1.7억 개의 배너를 디자인한 것이다.

어마어마한 수의 배너를 디자인한 ‘루반’은 놀라운 속도를 보여주었다. 1초에 80장의 포스터를 만들고 하루에 4000만 장을 디자인한 것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고용하더라도 이 정도의 속도와 경제적 가치는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단순하고 소모적인 디자인이 더 이상 인간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엔 인공지능 디자이너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내가 포트폴리오 사이트로 사용하는 웹사이트 제작 사이트인 ‘wix’에서도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간단한 설문조사만 응하면 사이트를 제작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단순하고 소모적인 디자인이기에 예술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광고 디자이너나 간판 디자이너 등을 디자이너라고 부르며 상업적 예술 또한 ‘예술’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 주체가 인간에서 기계로 변화했다고 ‘단순하고 생각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작업’이라고 매도한다면 현대의 인간 디자이너들도 함께 모욕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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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이 시작되는 중


인공지능은 지금도 발전하고 있다. 이제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가치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사람의 수준을 뛰어넘고 있다. 예술적 가치 또한 점차 인정되어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다. 더 이상 인공지능의 작품을 기계의 산출물로써 ‘인간의 예술’에서 배제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인간 예술가들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막막할 것이다. 당장 내 밥그릇이 영혼도 주체도 없는 한낱 프로그램 따위에게 빼앗기는 것 같고, 가뜩이나 예술가라는 직업은 고뇌와 시간 투자를 요구하는 직업인데 인공지능이 뚝딱뚝딱 만들어 버린다면 예술 창작 욕구부터 식기 마련이니까.

그러니 인공지능을 경쟁자로 보지 말고 하나의 새로운 시작이라고 보자. 어떤 시대, 어떤 사조이건 항상 기존의 것을 부정하고, 반발하는 데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당대인의 거부는 당연하다. 익숙하지 않고, 원하지 않아도 변화는 항상 우리가 인식했을 땐 이미 시작한 뒤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끝내 받아들였기 때문에 미술 교과서에는 정말 다양한 사조들이 설명되어 있다.

그래도 너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오히려 먼 미래에는 인공지능 예술이 대중화되어

인간의 예술작품이 더 희소성을 가지고 대접받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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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인공지능의 예술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술로 인정하실 수 있으신가요?


지금까지 '서생원의 고양이'이었습니다.




『 다른 의견 보러 가기! 』


-> 아니, 인공지능은 인간의 도구일 뿐이야

https://brunch.co.kr/@suna3270/8/write



본 글은 미술을 전공하는 6명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미술비평 동아리 '두루미'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매주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취향이 담긴 글로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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