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계획은 바꾸려고 짜는 거야!

쏠쏠님의 별. 터키 여행 계획지

by 웰컴은하단





1. 첫 자유여행,

d첫 여행 계획지


Q. 쏠쏠님이 별에 새기고 공유하고 싶은 일상의 이야기가 무엇인가요?

오래된 '여행 계획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 꼬깃꼬깃한 종이가 제가 처음 만든 여행 계획지인데요. 원래 물건에 애착이 없어서 필요 없으면 다 버리는 편인데도 이건 꼭 간직하고 있어요.



Q. 여행 계획지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2014년 12월에 가족끼리 첫 자유여행을 가기로 했어요. 아버지께서 당시 막 재수를 끝낸 저에게 3박 4일짜리 이스탄불 여행 계획을 짜라고 하셨어요. 몇 주 동안 여행책을 공부해가며 남는 공책 종이에 여행 일정을 정리하면서 이 여행 계획지가 탄생하게 되었죠.



Q. 여행 계획지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여행 계획지를 보면 전부 '처음'이었던 경험들이 떠오른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요. 계획하는 단계부터 여행 시작이라는 걸 깨닫고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책을 읽던 일, 조그만 여행 계획지에 의지해서 길을 찾던 일, 계획이 틀어져서 당황했던 일 등등 여행의 재미를 깨닫게 해준 소중한 경험들이 생생하게 떠올라요. 이때 경험한 모든 '처음'들 때문에 제 최대 취미가 자유여행이 되었고요.


처음 적어본 터키의 언어 & 숫자



Q. 계획지에 교통비랑 경로만 적혀있고 지도는 없네요?

계획지를 들고 다녀야 하니까 최대한 작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지도는 뺐어요. 그 대신 구글 지도에서 도보 경로를 전부 캡처해갔어요. 아버지 스마트폰을 로밍하긴 했지만, 인터넷이 안 될까봐 걱정이 돼서 이렇게 준비해 갔어요.


교통비는 처음에 교통카드를 구매하는 비용과 이후 충전 비용을 써놓은 거예요. 전체 일정에 필요한 만큼을 계산해 딱 그만큼만 공항에서 충전했는데, (아직도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여행하다 보니 턱없이 부족해 결국 중간에 더 충전했던 기억이 나네요.







2. 예상치 못한

d 비의 습격


Q. 계획이 틀어져서 당황한 일이 있었다고 하셨는데 무슨 일이었나요?

당시 겨울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눈이 아니라 비가 매우 많이 왔어요. 제 계획이 미숙해서 날씨가 급변할 경우를 대비한 플랜 B가 없었어요. 그래서 비가 쏟아지는 추운 겨울 날씨에 그대로 여행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어요. 비가 철철 내릴 때 여행을 하면 발이 다 젖어버리잖아요. 아침마다 호텔에서 비닐을 얻어 양말 위에 씌워 나름대로 방수 신발을 만들었어요. 방수 신발을 신고 여행을 한 후 저녁에 호텔에 돌아와서는 라디에이터에 젖은 양말이랑 신발을 얹어 말렸고요.


한국보다 기온이 낮길래 얇은 외투만 준비해도 문제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터키의 비 오는 겨울 날씨는 생각보다 춥더라고요. 준비해온 두꺼운 겨울옷이 없어서 결국 가족들은 경량 패딩 하나 걸치고 여행을 해야 했습니다.


비가 철철 내리던 날 빽빽했던 일정



Q.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요?

그냥 천재지변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날씨 변화를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 때문에 약간 죄책감을 느꼈거든요. 그런데 가족들은 불평 한번 없이 여행 내내 저를 믿고 따라와 줬어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네가 날씨까지 예상해서 계획을 세웠어야지", "비 오면 어떻게 할지 생각했어야지"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이었다면, 여행의 진짜 재미를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궂은 날씨도 여행의 일부지
여행 중에 헤맬 수도 있지


라고 말씀하시고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부모님과 함께 했기에, 여행 계획 짜는 것,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것이 힘들기보다는 즐거웠어요.



이 경험을 계기로 저는 이후 다른 여행들을 준비할 때 여행 계획을 더 꼼꼼히 짜게 되었어요. 계획을 꼼꼼하게 짠다는 것은 그걸 꼭 지키겠다는 것이 아니에요. 계획대로 안될 것이기 때문에 더 알아보고 공부한다는 뜻이에요. 누군가 ‘어차피 그대로 안될 텐데 뭐하러 그렇게 열심히 계획해?’라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요. 제가 이렇게 답했어요.


여행 계획은 바꾸려고 짜는 거야

여행 중 상황이 변하거나 더 좋은 기회가 생겨 즉흥적으로 일정을 변경하는 재미가 여행의 최대 재미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즉흥적인 일정이 정말 즐거운 일이 되려면 오히려 더 많이 알아보고 꼼꼼하게 계획해야 해요. 이런 여행에 관한 주관이 생기게 된 계기가 이 여행 계획지라서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고 있어요.




3. 정성 가득 담긴

d 손맛 여행 계획지


Q. 가져오신 것 말고 그 후로 여행 계획지를 또 만드셨나요?

그 후로는 여행 계획은 모두 컴퓨터 문서 파일로 만들었어요. 이 계획지가 종이에 손으로 쓴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 계획지예요.



Q. 컴퓨터 문서 파일로 만든 여행 계획지들과 종이로 만든 여행 계획지에 차이가 있나요?

네 그럼요. 종이로 만든 여행 계획지는 실물로 남아 있으니까 다시 들여다보게 되잖아요. 당시엔 종이로 만드는 바람에 비에 다 젖어 낭패라고 생각했지만, 이 계획지를 자주 꺼내 보면서 그때 여행을 떠올릴 수 있어 좋아요. 컴퓨터에 파일로 남아 있었다면 굳이 찾아서 열어보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여행 어플도 많고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 참고할 것이 많아서 그때보다 일정을 짜는 것도, 중간에 일정을 변경하는 것도 쉬운 편이잖아요. 하지만 이 여행 계획지는 몇 주 동안 고민하며 한 땀 한 땀 만든지라, 제 정성이 훨씬 담겼어요. 그래서 종이로 만든 여행 계획지가 컴퓨터 속 문서들보다 더 소중합니다.



Q. 앞으로 종이로 된 여행 계획지를 또 만들어볼 생각은 없으신가요?

아뇨. 사실 이젠 안 만들 것 같아요. 솔직히 요즘은 편리함에 많이 익숙해졌거든요. 컴퓨터 파일로 만들어서 핸드폰에 넣어 다니는 게 훨씬 편한 건 사실이잖아요. 그래서 터키 여행 계획지가 제 처음이자 마지막 종이 여행 계획지가 될 것 같아요. 종이 여행 계획지는 두고두고 보면서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소중한 추억의 물건으로만 남겨두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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