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제전

잠시 꿈을 꾼 것 같은

by 써나리

대학시절 비디오로 처음 접했던 피나 바우쉬의 작품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본능적으로 끌리고 좋았다. 그러나 파리에 온 후 본 피나의 공연들에서는 내가 간직하고 있는 그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을때가 많았다. 그 이유를 피나의 빈자리 때문이라고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기존 무용수들이 젊은 무용수들로 교체되면서 그 특별함이 사라졌다는 사람들도 있다. 피나의 오랜 팬들 중에는 피나의 타계 이후 더 이상 공연을 보지 않겠다 다짐한 사람들도 많다. 나는 그전과 후를 비교할 수 없음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IMG_7119.jpeg 공연 프로그램 Text by Thomas Hahn


피나의 대표작 <봄의 제전>, 이번 공연은 피나바우쉬 재단과 Ecole des Sables (Germaine Acogny) 학교와의 공동 주최로 전수되었고, 아프리카 무용수 36명(16개국)이 출연했다.


무대 위 흙과 스트라빈스키의 음악. 오랜만에 보는 피나의 공연이 그 어느 때보다 설레었다.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동그래진 눈과 몸의 긴장감이 공연이 끝나고 박수를 칠 때쯤 에서야 풀렸다(잠시 꿈을 꾸고 깬 것처럼). 무용수들의 절실한 몸짓과 눈빛, 얼마만에 느껴본 느낌인지.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무용수들을 만났다. “당신들이 무대에서 춤을 출 때 절실함, 감사함 그리고 순간의 소중함 같은 것들을 봤어요. 내가 본 게 맞나요?” 두 손을 모으며 경청하던 무용수들이 “맞아요. 공연하는 매 순간이 절실하고 소중해요”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말없이 듣고 바라보던 사람이 있었는데, 피나 바우쉬의 아들이었다. 그러고보니 그의 얼굴에서 피나바우쉬의 얼굴이 보였다. 신비로운 순간이었다.


IMG_7125.jpeg 봄의 제전 무대 준비 중_La Villette 사진) 이선아

인터미션 동안 댄스 플로어를 바꾸고, 흙을 깔고 물을 뿌려 촉촉한 상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공연을 보는 것 만큼 흥미로웠던 준비과정

IMG_7135.jpeg 봄의 제전 무대 준비 중_La Villette 사진) 이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