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꿈을 꾼 것 같은
대학시절 비디오로 처음 접했던 피나 바우쉬의 작품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본능적으로 끌리고 좋았다. 그러나 파리에 온 후 본 피나의 공연들에서는 내가 간직하고 있는 그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을때가 많았다. 그 이유를 피나의 빈자리 때문이라고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기존 무용수들이 젊은 무용수들로 교체되면서 그 특별함이 사라졌다는 사람들도 있다. 피나의 오랜 팬들 중에는 피나의 타계 이후 더 이상 공연을 보지 않겠다 다짐한 사람들도 많다. 나는 그전과 후를 비교할 수 없음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피나의 대표작 <봄의 제전>, 이번 공연은 피나바우쉬 재단과 Ecole des Sables (Germaine Acogny) 학교와의 공동 주최로 전수되었고, 아프리카 무용수 36명(16개국)이 출연했다.
무대 위 흙과 스트라빈스키의 음악. 오랜만에 보는 피나의 공연이 그 어느 때보다 설레었다. 공연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동그래진 눈과 몸의 긴장감이 공연이 끝나고 박수를 칠 때쯤 에서야 풀렸다(잠시 꿈을 꾸고 깬 것처럼). 무용수들의 절실한 몸짓과 눈빛, 얼마만에 느껴본 느낌인지.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무용수들을 만났다. “당신들이 무대에서 춤을 출 때 절실함, 감사함 그리고 순간의 소중함 같은 것들을 봤어요. 내가 본 게 맞나요?” 두 손을 모으며 경청하던 무용수들이 “맞아요. 공연하는 매 순간이 절실하고 소중해요” 옆에서 우리의 대화를 말없이 듣고 바라보던 사람이 있었는데, 피나 바우쉬의 아들이었다. 그러고보니 그의 얼굴에서 피나바우쉬의 얼굴이 보였다. 신비로운 순간이었다.
인터미션 동안 댄스 플로어를 바꾸고, 흙을 깔고 물을 뿌려 촉촉한 상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공연을 보는 것 만큼 흥미로웠던 준비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