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의 한 줄을 지우며
어느새 2주가 지났다.
아침에 눈을 떠 잠들기까지 노트북과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글을 쓰고 수정하고 저장하는 무한반복의 삶.
코로나 집콕을 시작하며 새로 장만한 대형 스마트 티브이로 매일 보던 영화도 보지 않고,
매 순간의 기록을 남기며 인투 되었던 인스타그램도 들여다보지 않고,
오로지 글만 썼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정말 열심히 글을 썼다.
이유는 단 하나, 브런치 북을 만들고 싶었다.
단편의 글들이 아닌 한 권의 책을 만들고 싶었다.
이런저런 글감들로 글을 써보았으나, 몇 편 지나지 않아 더 이상 쓸거리가 떨어지고 말았다.
나는 내 생각과 감정을 담은 에세이를 쓰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글쓰기 실력이 턱없이 부족한 나는, 내 마음과 머릿속에 형체도 없이 뒤섞여 있는 생각과 느낌들을 글로 써내려 가는데 한계를 느꼈다.
좀 더 확실한 형체를 가진 글감이 필요했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여행의 이야기들...
내가 직접 겪고 지낸 추억의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니, 한결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었다.
글을 쓰기 위해 오래된 사진첩을 열어보고, 블로그에 저장해 두었던 글들도 읽으며, 빛바랜 기억들을 하나 둘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잊고 있었던 그때의 느낌이 떠올라 몽글몽글 행복한 감정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글과 어울리는 사진을 고르고, 내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제목을 정하고, 하나의 완성된 글을 발행할 때마다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2주 후! 드디어 나의 첫 브런치 북을 발행했다!
아직 내 브런치 북을 완독 한 독자는 한 명도 없다.
하지만, 지금 나는 말로 표현 못할 크나큰 성취감을 느끼며 나의 버킷리스트의 한 줄을 지웠다.
많이 부족하고 어설픈 글이지만,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나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을 뿐이고,
앞으로 언젠가는 42.195km의 마라톤을 완주할 날도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