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쓰리를 보내며

음악으로 추억하다

by 별빛


아이들과 함께 토요일이면 알람을 맞추어 놓기라도 한 듯 함께 모여 놀면 뭐 하니를 시청했다.

한국 쇼프로를 별로 접해보지 못한 아이들도, 이 시간을 나와 함께 기다려 가며 첫회부터 종방까지 함께 시청했다.

싹쓰리가 나오기 전까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우연히 인스타에서 보게 된 효리와 비의 짧은 영상을 계기로 1편부터 정독하게 되었다.


나는 95학번이다.

90년대 대학을 다니며 겨울이면 터보의 노래를 듣고, 여름이면 쿨의 노래를 들었다.

몇 년 전 한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90년대 가수들을 모아 콘서트를 열었을 때,

응답하라 1994가 방영되었을 때,

나는 영혼을 팔아서라도 나의 이십대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 눈부시도록 반짝이던 시절로...


그 시절 유행하던 커피전문점엔 테이블마다 전화기가 한 대씩 있었다.

삐삐를 사용하던 그 시절, 삐삐가 오면 바로 공중전화로 가서 줄을 서곤 했는데,

전화기가 테이블마다 있는 커피 전문점은 삐삐를 치기에도, 받기에도 최적의 장소였다.

과제를 한다는 핑계로 몇 시간씩 한자리에서 꼼짝없이 앉아 생과일 주스를 마시던 그 시절.

그렇게 몇 시간을 앉아 있을 때에도 늘 음악은 흘러나왔다.


여름이면 딱 붙는 쫄티에 헐렁한 통바지를 입고,

10센티짜리 통굽 샌들에 백팩을 한 팔에 낀 패션.

입술은 빨갛다 못해 새까맣게 바르고, 얇은 갈매기 눈썹을 하고, 더듬이 옆머리도 잊지 않았었는데...

그렇게 잔뜩 치장하고 강남역 거리를 활보할 때도 늘 길거리 테이프를 파는 노점상에선 최신 곡들이 신나게 흘러나오곤 했다.


비 오던 슬픈 날엔 어떤 음악을 들었었는지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날에는 어떤 음악을 들었었는지

노래 한곡으로,

나는 그때 그 시절로 타임머신이라도 탄 마냥 돌아갈 수 있다.

스키장에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며 전 남자 친구와 들었던 터보의 노래,

여름 엠티를 가던 기차 안에서 동기들과 어울려 이어폰을 끼고 들었던 쿨의 노래,

노래로 그 시절을 기억하고, 추억한다.

그때 그 공기가 어떠했는지, 나와 함께 노래를 듣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그때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나이가 들수록 추억하는 시간은 길어진다.

내 살아가는 원동력은 추억이라 해도 과장이 아닐 만큼 추억은 내게 큰 힘을 준다.

나는 그 누군가보다 물질적으로 가진 것은 적을지라도 , 추억만큼은 그 누구보다 부자라고

그래서 든든하고 힘이 된다고

오늘도 추억 비타민을 한 움큼 털어 넣으며 에너지를 뿜어낸다.


아이들과 함께 비치에 갔던 얼마 전,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를 블루투스 스피커로 무한 반복해 틀어놓는 나를 보며

고등학생 딸아이가 내게 물었다.

"엄만 이 노래가 그렇게 좋아?"

"응 좋아.

내 젊은 날이 추억되는 노래거든-"


난 오늘도 음악을 들으며 그날을 추억하고,

음악을 들으며 오늘의 추억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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