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좀 덜 하고 덜 관리하고 덜 성공하고 살면 안 되나요.
“갓생”은 솔직히 이제 유행이 지난 느낌이라 브런치에 올려도 유입이 적게 될 테지만 제 브런치에 오는 분들은 몇 안 되는 고정 독자분들이라 그래도 이 단어로 시작해 보는 것을 양해 부탁 드립니다. (“갓생” 하면 느낌 알쥬? 찾아보니 제가 2년 전에 갓생 권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글 - 작가 마크 맨션 관련- 도 올렸더라고요.)
갓생. God + 생. 매일매일 빡세게 살아내는 삶인데 왜 여기에 god 이 붙었을까. 신은 바쁘긴 하지, 여기저기 소원 들어주랴 나쁜 놈들 벌 주랴 (요즘 신께서 이 권선징악 영역은 약간 도외시하는 것 같지만) 기후 변화 징후로 인간들에게 경고도 하랴 바쁘긴 하지. 근데 그런 신도 - 기독교 신 기준으로 - 6일 일하고 하루는 쉬었다고 하는데 왜 때문에 우리는 매일매일 매 순간 허투루 살지 않는, 모든 순간을 생산적으로 살아 내는 삶을 갓생이라 부르고 찬양해 오고 있는 걸까.
(생각해 보니 요즘 말로는 육각형 인생, 육각형 인재 정도가 되려나)
틱톡 인스타 등 소셜 미디어에서 갓생 찬양 트렌드가 불기 시작한 건 코로나 이후로 기억한다. 코로나 때도 집에서 달고나 커피를 만들고 끊임없이 뭔가를 만들어 내던 한민족 아닌가. 그렇게 3년을 갇혀 지내다 밖으로 나오게 되었으니 일분일초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을 터.
거기에 더해, 머리 좋은 한국인들은 (한국인 평균 IQ 110, 세계 5위) 그만큼 성공에 대한 갈망도 커서, 영화 리뷰 유튜버가 무일푼에서 한남 나인원 입성한 이야기, 인플루언서가 반지하에서 메이플 자이 입성한 이야기, 아이브 장원영이 전액 현금으로 100억 넘는 집 구매한 이야기 등등을 성공 신화로 소비하며 나의 꿈을 설계한다.
사실 이런 입신양명 스토리가 요즘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과거에 급제해서 가난한 집안을 일으킨 옛 사연부터,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고시에 패스하여 가족뿐 아니라 온 마을을 일으킨 사연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여기에 상향혼 등 통속극적인 면들도 늘 따라오지만 그것이 또 인간사의 재미난 부분이니까)
태어난 김에 사는 사람들도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태어나서 살아가면서 “성공”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문명이 발전해 온 것에는 사람들의 성공을 향한 열망이 디폴트 값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의 갓생 트렌드 - 영어로는 허슬 hustle 문화라고 한다는 - 는 과거에 단순히 ‘노력하고 열심히 해서 성공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퍼플렉시티가 말해 주는 허슬문화의 개요를 살펴보면,
허슬 문화는 개인의 삶보다 일과 성취를 우선시하며, 과도한 노력과 추가 근무를 미덕처럼 강조하는 라이프스타일 또는 직장 문화를 뜻한다.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승진·연봉·성과를 위해 자기 시간과 휴식을 희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말하며, 번아웃과 워라밸 붕괴의 주요 원인으로 비판받고 있다.
갓생-허슬 문화를 조심해야 하는 건 “과도”한 노력과 추가 근무를 “미덕처럼” 강조하는 라이프 스타일 또는 직장 문화이다. 그런데 이걸 직장에서 상사들이 강조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는 뭔가 사회 전반적인 기조인 것 같다.
최근 어느 방송국에서 신입 아나운서를 채용했는데, 분명 “신입” 아나운서인데 대부분이 이미 지역 방송이나 작은 방송에서 아나운서로 일했던 경험자였다. 그러니까 “경력 있는 신입”인 거다. “노래 없는 가수”처럼 뭔가 부조리하지만. 심지어는 일반 기업의 인턴직에도 지원하려면 ‘경력’ 스펙을 세워야 한다. 태어나면서부터 경력을 갖춰야 하는 걸까. 그러면 도대체 가장 처음 일하는 기회는 엄빠 찬스 아니면 갖기 어려운 것 아닐까. 아니 무슨 놈의 세상이 이렇게 그지같이 불공평해.
그래도 예전의 노오력들은 누구든 해볼 만했다. 엉덩이로 공부해서 과거에 급제하고, 고시 붙고, 의사 되고. 반지하에 살면서 하루에 20시간씩 연습해서 아이돌 되고. 그런데 지금의 “갓생”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20대 인플루언서들이나, 솔로지옥, 하트시그널, 환승 연애 등 연프에 나오는 출연자들이나, 하다 못해 각 대학 재학생들 인터뷰하는 영상만 봐도 멋진 외모는 기본에 (타고난 유전자가 없다면 의느님 손 빌려야 하니 여기에 $$ 추가요!) 매일 두 시간 이상씩 투자하지 않으면 안 나올 피지컬에 (이렇게 투자할 시간도 여유가 필요하니 여기에 $$ 더 추가요!) sky 또는 외국 탑 대학 학벌도 모자라 간지 넘치는 취미에 (모터 사이클 등) 의외의 이력 (미인 대회, 세계 로봇 대회 등등)을 갖춘 사람들이 기본이다. 그리고 이들을 갓생이라고 부르며 다들 부러워한다.
본인들의 노력도 있겠지만 타고난 환경적 $$이 없다면 애초에 불가한 삶인데 그게 모두가 바라는 갓생, 육각형 인생이 된 것이다.
그럼, 조직에서의 갓생, 허슬, 육각형 인재는 어떤 모습일까.
자기 일 잘하는 건 기본. 그런데 티 내지 않아야 함. 동료들과 무던하게 지내야 하지만 너무 휩쓸려 어울려 다니지도 않아야 함. 알잘딱깔센이지만 그 누구에게도 밉상이 아니어야 함. 일을 잘 하지만 윗사람이 경쟁심 느껴 거슬릴 정도로 잘하진 않아야 함. TMI 본인 얘기도 안 하지만 적당히 인간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꺼내 놓아야 함. 아랫사람들을 잘 챙기면서도 위에 밉보이지 않아야 함. 영어든 엑셀이든 발표든 자기 특기가 한 가지 이상 있지만 그걸로 티 내지 않아야 함.
야근을 늘 하진 않으면서도 마감은 칼같이 지켜야 함. 높은 분들이 오거나 큰 프로젝트가 들어갔을 땐 뼈를 갈아 넣어서 완벽하게 준비를 마치지만 또 그걸로 티는 내지 않아야 함.
실제로 얼마전 소셜 미디어에 누가 이런 고민을 올린 걸 봤다.
"스스로가 너무 한심해요. 하는 거라곤 매일 아침 출근 전에 20-30분씩 운동하는 것 밖에 없고, 회사 갔다가 집에 오면 지쳐서 아이들 밥 챙겨 주고 설거지 겨우 하고 나면 넷플릭스 좀 보다가 잠들기 일쑤예요. 이렇게 하루하루 의미 없이 살아도 되나 싶어요"
워킹맘이 아이들 밥도 매일 스스로 차려 주고 매일 아침 2-30분씩 운동을 하는데도 의미 없는 삶이라 생각하다니.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가혹해 진걸까.
와 쓰다 보니 막 숨이 막힌다.
허슬러로 사는 인생, 솔직히 피곤하지 않은가. (당구 몇백 이런 거 말고)
그냥 오늘 하루는 출근한 것만으로도 대견한 나 자신. 주말에 늦잠 자지 않고 무려 오전 11시에 일어나서 건강에 좋은 레몬즙 마신 나 자신. 이렇게 그냥 하루 하루 조금씩 소소히 살아가도 충분히 '성공'한 삶 아닐까.
이상 오늘의 꼰대 생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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