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AI AI... 에이...
수퍼볼 광고. 마케터들에게는 진검 승부의 장이자 (아직은 미국 시장 한정이긴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도 ‘광고 그 자체’에 관심을 갖는 이벤트이다. 사실 칸 라이언, 클리오, 뉴욕 광고제 같은 전통의 광고제들은 이제는 그들만의 축제가 되어 버린 현 시점에 수퍼볼 광고는 ‘화제가 되고’ ‘사람들이 떠들고’ ‘확대 재생산 되고’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를 재고를 드라이브하고’ ‘직접 판매나 기업 이미지 상승을 이끄는’ 광고 본연의 목적들에 충실한 캠페인들이 그야말로 맞다이를 뜨는 진짜 싸움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케팅으로 승부 보는 걸 좋아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서두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약간 아드레날린 뿜뿜이다. 반백살 훌쩍 넘긴 나이에도 아드레날린 뿜뿜하게 해 준 수퍼볼 광고들에게 감사!)
올해 수퍼볼은 그냥 'AI 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박 시 여러분 말씀이 다 맞다.) 30년 동안 마케팅만 파 온 늙은이인 내 눈에는 "와, 이거 정신 똑띠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 싶은 순간의 연속이었다. 2000년대 초반, 코카콜라와 펩시 같은 메가 소비재 브랜드들이 콜라 전쟁을 벌이던 그 시절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다. 2010년대에 접어들며 애플, 갤럭시 같은 테크 기기들과 자동차 브랜드들이 그 자리를 꿰차더니, 이제 2026년은 바야흐로 AI에 의한, AI를 위한, AI가 만든 광고가 메인 스테이지를 점령해 버렸다.
솔직히 이번 싸움의 진짜 승자는 테크 거물들 사이에서 '디스전'을 제대로 치른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 광고**였다고 본다. OpenAI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배신(Betrayal)'이라는 자극적인 키워드를 던졌는데, 이게 단순한 비방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을 예리하게 벼려낸 한 수였다. 결국 'Super Clio'까지 거머쥐는 걸 보며, 이제 B2B 기술 브랜드도 소비자들에게 "나 이런 엣지 있는 놈이야"라고 말을 거는 시대가 왔음을 실감한다.
물론 클래식의 힘은 여전하다. 맨스케이프드의 발칙한 코믹함이나, 리츠 크래커와 스칼렛 요한슨의 조합은 보는 맛이 있다. 특히 우버 이츠 광고에서 브래들리 쿠퍼와 매튜 맥커너히가 보여준 구조를 보라. '결핍이 발생한 상황 - 해결책으로서의 브랜드 편익 - 확실한 보상'이라는 전통적인 뼈대에 슈퍼스타의 페르소나를 얹는 방식, 이건 마케팅의 정석이자 영원히 변치 않을 '킹정'의 영역이다.
하지만 모든 광고가 장밋빛은 아니었다. 크리스 햄스워스를 내세운 아마존 알렉사 광고를 보며 나는 묘한 거부감을 느꼈다. 아마존이 AI 도입과 함께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다는 뉴스가 뇌리에 박혀 있어서일까. 광고 속 AI는 지나치게 똑똑하고 유능한데, 그 이면의 차가운 현실이 겹쳐 보이니 넌씨눈... 이건 마케팅적으로도 실패에 가깝다. 소비자들은 이제 브랜드가 말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그 브랜드가 걷고 있는 '행보'와 광고를 결합해서 읽기 때문이다.
여기서 오늘의 킥 하나 던진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뺏을 순 있어도, 인간이 느끼는 '불편함'이라는 촉수까지 속일 순 없다."
결국 내 마음을 마지막에 건드린 건 다시 '사람'이었다. 1.2억 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그 화려한 싸움판에서 구글 제미나이의 'New Home' 광고는 엄마와 아들의 이사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꺼내 들었다. 아무리 Advanced 된 툴이라도 결국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기술은 그저 그들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보조할 뿐이라는 그 겸손한 태도. 아니면 앤트로픽의 광고처럼 인류를 발전시킨 원동력인 '본능적인 경쟁심'을 자극하거나. 둘 중 하나는 되어야 사람의 지갑이 열리는 법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2000년대 탄산음료를 마시고, 2010년대 스마트폰을 샀던 소비자들은 2026년 현재 AI를 쓰기 시작했다. 도구는 바뀌었지만, 그 도구를 선택하는 기준은 여전히 '나의 삶을 얼마나 이해하는가'에 달려 있다. AI가 수퍼볼을 삼킨 듯 보여도, 결국 그 모든 소동극의 최종 결정권자는 화면 앞의 여러분, 우리들, 사람들.
이상 오늘의 초큼 꼰대 생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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