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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at Fiction Nov 28. 2018

화분을 키우듯 우리 사랑을 키워 보려고 해


우여곡절이 많다고 해서 
우리가 밟고 있는 땅이 덜 튼튼하다는 뜻은 아닌 것 같더라 
어느 누구든 다 덜 튼튼한 땅을 밟고 있는데 
꼭 반듯하고 튼튼하다고 해서 
그 땅에 자라는 꽃이 더 예쁘게 자라는 건 아니더라




내 방에 시든 화분이 있어. 몇 주 전에 놀러 온 친구가 준 건데 내가 며칠 물을 주지 못했더니 다 시들어 버리고 딱 한 줄기만 살아남았더라고. 꽃을 잘 아는 친구가 그 꽃에 맡는 비료와 약을 사서 심어줘야 한다고 했는데, 나는 그냥 먼저 죽은 가지들은 가위로 잘라냈어. 이제 홀로 살아남은 줄기에만 노력하기로 했어. 약을 주고 그런 일이 꼭 필요할까 싶더라고.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출근하기 전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살아남은 줄기에 물을 주는 일이 되었어. 바람이 통하는 창 밑으로 자리를 옮기고 매일매일 물을 주고 살펴봤어. 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그냥 그대로더라고. 혹시 내가 잘라내 버린 죽은 가지들 때문에 얘한테까지 기운이 뻗쳐서 죽어버릴까 싶었는데, 그래도 일주일은 잘 버텨주더라고.




지금 한 달 반 정도가 지났어. 하루도 안 빼고 매일 살펴보고 물을 줬어. 지난주에 여느 때처럼 화분을 살펴보는데, 한 줄기 남은 얘한테 잎이 났더라고. 너무 기쁘더라.


내가 죽게 만든 나머지 가지들을 다 잊어버리고, 새로 난 잎 때문인지 다시 새로운 화분으로 보이더라고. 이제 출근 전에 얘한테 물을 주는 일은 내 일과로 자리 잡혔어. 관심과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달까



나는 우리 관계에서 썩어버린 가지들을 다 잘라냈어 


너는 썩어버린 가지들을 내가 신경 쓴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이미 잘라내 버렸으니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딱 하나 남은 줄기만 생각해. 너. 너만 생각해. 어떻게 노력하고 관심을 가져야 내가 다시 살린 이 화분처럼 우리가 새로운 관계가 될 수 있을까. 우리도 새로운 화분이 되길 기다리고 있어. 그렇지만 시간에 맡기지 않을 거야.


나는 잘 못하는 게 많아. 화분에 약을 꽂고 비료를 덮어줬다면 이 화분은 더 빨리 살아났을지도 몰라. 나는 그런 좋은 재료들을 잘 몰라.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만 생각해. 그건 항상 진심이니까. 노력해서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하니까 


많은 일이 있었어 우리 사이에.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너라는 줄기와 나라는 줄기가 잘 자랄 수 있게 덮어진 흙더미 정도라고 생각하자. 지금까지의 일들은 말이야. 이제 흙은 다 덮어졌으니까 물을 잘 주고 관심을 갖고 잘 가꿔준다면 우리한테도 꽃이 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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