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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at Fiction Nov 28. 2018

사랑이 뭐라고 내 인생까지 바쳐가면서 해야 되는 거냐


너와 나의 관계는 마라톤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시작점에서 장기코스 마라톤을 시작했지만,
여러 갈래의 길을 거쳐 같은 지점에서 만났다. 
고로 그 지점부터 또 다른 마라톤이 시작되었다. 


나는 너의 페이스에 맞춰 네가 가는 길을 함께 뛴다. 하지만 너는 터널을 통과하고 또 다른 길로 빠져버리기 일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계속해서 한 길을 뛰고 있는 나와 어느 지점에서는 만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마라톤과 함께 시작한 것이 끝없는 기다림이다. 


뒤를 돌아보는 일이 잦아졌다. 네가 갈림길에서 다른 길을 택한 것을 모른 채 달리던 나는, 어느새 사라진 너를 찾고자 뒤를 돌아보고를 반복한다. 


결국 몇십 년을 열심히 뛰던 발걸음을 멈추곤 역주행을 한다. 너와 엇갈렸던 갈림길까지 뛰어오자, 나와 함께 인생 레이스를 시작한 친구들과 점점 더 격차가 벌어진다. 그것을 감지하지 못한 채 나는 갈림길에서 네가 뛰어간 길로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너의 흔적을 찾아 헤매다 보니 내가 멈췄던 그 지점까지 와버렸다. 그제야 네가 앞에서 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너는 별일 아니라는 듯 나란히 뛰기 시작한 나를 향해 미소를 보낸다. 그제야 나는 마음을 놓고 네 손을 잡고 뛴다. 또다시 갈림길이 마주할까 두려운 마음은 잠시 넣어둔다. 


그렇게 내 인생 레이스는 어느새 
네 인생 레이스에 포함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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