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랜드 기획] 브랜드는 이름따라 간다

#떡볶이로세계제패 #푸드컬쳐디렉터 #브랜드네이밍 #브랜드마케팅

처음 만나서 자주 듣는 말은  

"역시 사람은 이름 따라간다"는 말이다


태양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밝고, 열정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만나기 전에 이름만 듣고 우리는 만난 적 없는 그 사람을 자연스럽게 상상한다

그리고 실제로 만나면 내가 상상했던 이미지와 실제의 그 사람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름 따라간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사람만 이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도 이름 따라간다

이름이 가지는 의미와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브랜드 이름이 왜 중요한지 경험한 첫 번째 사건은,

2010년 필리핀 야시장에서 처음 떡볶이 장사를 시작했을 때였다


오픈 날짜를 정하고 동생한참을 고민해서 만든 첫 번째 이름은 'SEOUL SISTERS'아니


"HOT SIZ" 


였다

<이미지1. 젊고 열정적이다>
<이미지2.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 뜨거운 한국음식>

그때 내 나이 23살, 동생 나이 21살이었기에 젊고 열정적이라는 느낌의 단어와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 뜨거운 한국음식을 판다는 의미를 동시에 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이름은 오픈 첫 주에 한번 쓰고 다시는 쓰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우리가 생각했던 의미 말고도 그 단어가 담고 있는 의미가 다양해서 우리가 예상했던 이미지와 고객들이 그 단어를 듣고 느끼는 이미지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뜨거운 열정을 표현하고 싶었으나 hot이 가진 다른 의미들 때문에 음식을 사러 오는 손님보다 우리에게 말을 걸고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사람이 더 많았다


hot  영어 발음 미국 [hat] 영국 [hɔt]

뜻① 더운  ② 뜨거운  ③ 매운  ④ 인기 있는


 경험을 통해 이름이라는 것이 고객에게 무의식적으로 어떤 이미지와 느낌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음식을 먹지 않고 객이 브랜드 이름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 첫 번째 경험이었다

그렇다고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었다

(한국음식, 열정적인 sisters)


브랜드 이름만 들어도 이 두 가지를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수많은 단어들을 조합하고 고민하다 결국


"SEOUL SISTERS"


라는 이름을 만들게 된 것이다


촌스럽다는 피드백도 받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 이름 안에 우리의 정체성이 정확하게 녹아내려야 하고, 고객들이 우리 브랜드를 기억하고 무엇을 파는지 알아야만 다시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6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도 고객들이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브랜드 이름이 왜 중요한지 경험한 두 번째 사건은,

서울시스터즈를 그만두고 GNP trading이라는 중국 회사에서 한국 브랜드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주도하게 되면서 경험했던 일이다


여기서 어느 브랜드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몇몇의 한국 브랜드 네이밍 중에서 글자는 다르지만 중국의 욕이나 부정적인 단어와 굉장히 비슷한 발음이 있었다


메뉴며 브랜드 콘셉트도 너무 맘에 들었지만 그 브랜드 이름을 쓸 수 없다는 결론이 나면서 결국 그 브랜드를 해외로 진출시키려면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오고 가다 보니 마스터 프랜차이즈의 매력도가 떨어져 버렸다


한국 브랜드가 해외에 진출하면 어느 나라이던지 중국 사람이 주 고객이 된다 (특히 동남아시아)


그런데 그 브랜드 이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욕과 비슷한 발음이 난다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그곳에 가자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외국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왔는데 뜻은 아니지만 발음이 한국 욕과 비슷하다면 가족이나 애인에게 그 레스토랑 이름을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브랜드 네임을 고민 중이라면 혹시 발음이 다른 나라에서 사용해도 괜찮은지 꼭 체크해 봐야 할 것이다


마지막 브랜드 이름이 왜 중요한지 경험한 세 번째 사건은,

브랜드 이름이 가지는 범위 때문이다


고깃집이라고 쓰여있으면  고기 메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떡볶이 집이라고 쓰여있으면 떡볶이나 분식 메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름을 결정할 때 내가 지금 팔 메뉴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향후 팔게 될 메뉴까지 고려해서 브랜드 네이밍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름으로 인해 같은 메뉴라 할 지라도 고객이 받아들이는 방향이 다를 수 있음도 고려해야 한다


좋은 예로 <고반식당><비비고>를 들 수 있다

부산에서 시작 현재 서울에도 여러 브랜치를 가지고 있는 고반식당은 엄밀히 말하면 고깃집이다


하지만 '정성스러운 식사라는 고반食堂'이라는 네이밍 덕분에 고기만 파는 레스토랑으로 고객들이 인지하지 않으니 점심에도 정성스러운 식사를 판매하는 것이 어렵지 않고 고객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고깃집이라고 쓰여 있어도 점심식사를 판매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단지 고객들이 다르게 느낄 뿐이다


비비고 또한 너무나 잘 만든 브랜드 네임이라고 생각한다


비비고 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비빔밥'만 생각했지 '비빔' 음식 메뉴 인지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비비다의 "비빔"과 그랩 엔고(테이크아웃) "GO"가 합쳐지는 순간 이 브랜드의 이미지와 범위는 엄청나게 확장되었다


우선

꼭 밥이 들어갈 필요가 없고,

어떤 재료나 토핑이 들어가도 비빔의 형태가 될 수 있고,

비빔밥을 테이크 아웃 해갈 수 있다


이 세 가지의 의미가 브랜드 네임 안에 전부 포함돼서 단지 비빔밥을 파는 밥집에서 더 큰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이 세 가지 사례를 통해 "브랜드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을 거라 생각된다


이름 따라간다는 말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되셨을 거라 생각된다


To be continued_


 by. foodculture lab. 안태양


작가의 이전글 [브랜드 기획] 기획자가 되고 싶으신 분들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