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 Day-76

이상한 하루, 하루종일 죽음과 함께 하다

by SUN KIM

참 이상한 하루였다. 하루종일 '죽음'이라는 단어와 함께 한 날이었다. 오늘 하루를 간략히 요약하자면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 두 명의 지인과 이야기했고, 교통사고를 당한 현장을 보았다. 마치 삶이 얼마나 덧 없는지 알려주는 하루 같았다. 그래서인지 죽음에 대한 문장들이 머리 가득 생각나는 하루였다.


아버지를 읽은 나의 두 지인은 신기하게도 둘 다 어머니와 그날 싸웠다고 한다. 한 명은 몇 년 전에, 한 명은 얼마 전에 아버지를 잃었다. 어머니를 잃은 나로서는 그 아픔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남겨진 삶에 대해서도.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 셋 다 돌아가신 분의 안 좋은 점까지 그리워하면서도 지금 살아계신 분들과는 싸운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간사하게도 몸으로 느껴지지 않으면 금방 잊는다. 아픔도 사랑도 말이다.

둘 중의 한 명은 평소에 아버지 때문에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나 그 당시의 아픔보다 떠나시기 전 그리고 어렸을 적 보여주셨던 사랑을 지금은 기억할 뿐이었다. 나도 마찬가지다. 엄마 때문에 집 밖을 못 나갔던 갑갑함보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따뜻함만 늘 기억날 뿐이다.


오늘 교회를 갔다가 골목 길바닥에 할머니 한 분이 누워 계셨다. 숨을 쌕쌕하고 쉬고 계셨는데 머리 주위에는 피가 흥건했다. 놀란 나머지 차를 세우고 항머니에게 다가갔다. 할머니 주위에는 119를 부르는 아저씨 두 명이 보였다. 할머니가 차에 치이신 모양이었다.

혹시 몰라 한참을 119가 오기 전까지 기다렸다. 핏줄이 보이는 얇고 하얀 피부가 조금씩 떨릴 때마다 내 가슴도 울렁거렸다. 119가 빨리 오기만을 기다렸다. 119가 도착하고 할머니를 응급처치한 뒤 차 안으로 싣자 정신을 어느 정도 차리신 할머니가 “병원 안가도 돼”하며 소리를 치신다. 그 뒤로 몇 번이나 차 밖으로 소리치시는 게 들렸다. 구급대원들은 많이 다치셔서 안된다고 할머니를 달래면서 차를 출발시켰다.

병원비가 걱정이 되신 거였을까, 아니면 자식들이 걱정할까봐였을까. 할머니의 속마음은 알 수가 없었지만 다친 자신보다 중요한 뭔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 말만으로도 할머니가 어떤 삶을 살아오셨을지 눈에 선했다.

할머니는 조금만 더 다치셨으면 병원도 못 가시고 큰 일을 치루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 순간에 자신은 사라지는 것이고 주위 사람들은 남게 된다. 그 순간이 마지막이었다면 할머니는 자신만을 위해 산 순간이 얼마나 될까. 왠지 쓸쓸한 느낌이 등쪽을 타고 머리로 올라왔다. 남은 사람들은 할머니를 어찌 기억할까.


일련의 사건들은 그러다 결국 나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바뀌었다. 내가 지금 사라진다면 사람들은 나를 어찌 기억할까. 내가 이룬 것 또는 이루지 않은 것보다 순전히 개인적인 기억에 의존하지 않을까. 함께 밥을 먹었던 것, 대화했던 것, 안아주었던 것들을 기억해주지 않을까. 어쩌면 내가 무엇이었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었느냐를 기억해주지 않을까. 만약 내일 사라진다하더라도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생겼다


죽음은 어쩌면 생각보다 우리 삶 가까이에 있다. 늘 우리는 집을 나서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과 같다. 그러니 오늘 하루만 생각하면서 살자. 하루를 살고 그 다음은 하루를 더 살자. 숨을 쉬며 인간답게.


2019년 5월 5일 일요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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