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가르쳐준 것들
밤에 자전거를 탔다.
10시를 훌쩍 넘기면 거리에도 공원에도 사람이 없다. 그래서 자전거 공유 서비스 ‘따릉이’ 앱을 설치하고 용기를 냈다.
인대를 세 번 다친 이후로 뛰고 싶지만 뛸 수가 없기에 자전거라도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뛰면서 느끼는 희열과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나에게 정말 중요한 요소였다.
뛰지 못한 이후로 감정이 점점 복잡해져 가고 정리가 어렵다는 걸 많이 느낀다. 난 몸을 움직여야 하는 사람인 거다.
따릉이 앱은 한 시간에 천 원으로 나에게 자전거를 대여해준다. 얼마나 고마운가. 자전거를 사지 않아도 된다니.
앱을 설치하고 비회원 이용권을 결제했다. 두 시간은 2천 원이다. 시간을 초과하면 그만큼 자동 결제가 된다. 그리고 따릉이 자전거 대여소 어디에든 반납만 하면 된다.
첫날엔 오랜만에 타서 그런지 핸들 조절도 힘들고 왔다 갔다 불안했다. 잘 가다가 넘어질 뻔하기도 했다. 그러다 며칠이 지나자 조금씩 익숙해져서 안정적으로 타기 시작했다.
안정적이 되니 자전거를 타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어제 문득 든 생각은 핸들에 힘을 줄수록 흔들린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핸들에 힘을 빼고 페달을 힘차게 밟으면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방향이 흔들리거나 장애물이 있을 때만 핸들에 힘을 꽉 주고 컨트롤해야 했다.
그래, 이 느낌이었어.
내가 너무 컨트롤하려 했던 거야. 내 감정을 내 생각을 내 미래를. 그래서 힘이 들고 더 방황했던 거야. 차라리 한 발 한 발 페달을 밟는 것에 집중했으면 덜 힘들었을지도 몰라.
아주 잠깐, 잃어버렸던 감각을 되찾는 기분이었다. 핸들로 내가 가야 할 방향만 잘 정하고 매 순간엔 페달을 내딛는데 힘을 써야 했다. 하지만 나는 요즘 매 순간이 위기처럼 느껴져서 평지에서도 핸들을 꽉 쥐고 있었다. 양손에 가해지는 힘이 다르다 보니 자전거가 더욱 흔들리고 갈팡질팡했던 거다.
앞을 보고 바람을 느끼면서 한 발씩 내딛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게 느껴졌다. 서울 밤하늘에 별은 보이지 않지만 시원한 바람이 조금 위로를 전해주었다. 지금은 약간의 오르막에도 힘이 들지만 곧 내리막에서 그 힘듦을 바람이 보상해줄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한 발씩 내디뎌 보기로 했다.
오르막 끝 내리막이 나올 때까지.
2017년 07월 24일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