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Day 98

비 오는 날의 풍경

by SUN KIM


’후두둑’

‘후두두두둑’

한 방울씩 내리던 비가 점점 거세어졌다.


자전거를 타던 나는 페달을 세차게 밟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빗방울은 이미 수많은 나뭇잎과 꽃잎 위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우뚝 솟은 내 머리가 가장 빠른 접점이었는지 어느새 비 눈물 하나가 이마를 타고 내려왔다.


곧 페달을 밟느라 들썩이는 내 어깨와 흔들거리 발등에 빗방울이 자신의 몸을 세차게 내던지기 시작했다. 난 순식간에 커다란 빗방울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었다.


한 순간에 젖어버린 옷이 허망해서 페달을 잠깐 멈췄다.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주황날개를 단 꽃잎들이 세찬 비를 맞으며 견디고 있었고, 해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무심하게 떠있었다.


올림픽 공원

‘지나가는 소나기겠지. 해가 저리 밝은 걸 보면..’


그냥 즐기기로 했다. 비가 그치면 옷은 해가 말려주겠지라며. 다시 페달을 밟았다. 비를 맞고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이상한 해방감이 느껴졌다고 할까. 비를 맞을까 봐 다리 밑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을 지나갈 때는 더욱 그랬다. 마치 난 비도 젖는 것도 두렵지 않다는 걸 증명한다는 듯이.


‘아무도 없다’


좋은 점은 또 있었다. 산책로와 자전거길에 아무도 없었다. 비가 오니 모두들 어디론가 꼭꼭 숨었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물론 젖는 걸 감수해야 했지만 말이다. 몸은 젖었지만 마음은 왠지 맑아졌다.


잠시 비를 맞아도 괜찮다.

오늘은 비를 맞아도 내일은 맑을 테니까.


잠시 흠뻑 젖어도 괜찮다.

오늘은 젖어도 내일은 뽀득하게 말라있을 테니까.


비가 오니 몸을 숨기는 것도

젖더라도 즐기며 나아가는 것도

다 나의 선택일 뿐이니까.


젖는 게 중요하지 않다면, 뭐 어때.

누군가가 의아하게 쳐다봐도, 뭐 어때.


글을 이 순간에도 귓가에 빗방울 소리가 맴돈다. 그리고 흐릿하지만 말갛게 빛나던 해도 눈 앞에 아른거린다. 그리곤 혼자 중얼거린다.


기억해야지.

기억해야지.

오늘을 기억해야지..



2019년 07월 28일 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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