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편

2017년 4월 3일 월요일 이야기

by SUN KIM
"언니 나 제주도 가. 오늘."
"뭐? 왜?!?"
"그냥. 지금 못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오늘 아침 눈을 뜨면서 기계적으로 내일 스케줄을 보여주는 구글앱을 켰다. 눈을 비비며 확인한 화요일 상담스케줄은 휑하게 비어있었다.

텅텅 비어있는 스케줄을 보며 누군가 스케줄을 적지 않았다는 강한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나의 무의식은 이를 밀어내고 있었다.

그 때까지 몰랐다. 하얗게 비어있는 엑셀 셀들이 나에게 거부할 수 없는 기쁨을 가져다 줄 줄은.

그 순간이었다.
기회다!! 어디를 가야하나? 4월의 제주도? 갈까?
스케줄표를 적지 않은 선생님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 손은 이미 빨라지고 있었다.

여행사앱, 항공사앱, 심지어 렌터카앱까지.
여러 앱들을 종횡무진 오가며 내가 현실화가 가능한 꿈을 꾸는 건지 아니면 망상 중인지 확인해야 했다.

대한항공앱에서 마일리지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다는 걸 안 순간, 무의식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더이상 누가 스케줄을 적지 않았는지 중요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난 아마 그 순간 상담 스케줄이 있어도 제주를 가기로 결정 했던거다. 내 손은 그걸 이미 알고 결제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수요일에 나가는 앱 개발회사 출근은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은 결제 버튼을 누르는 순간, '못 간다고 얼른 알려드려야겠다'라는 생각으로 빠르게 전환되었다.

4월의 제주를 하루 반만 즐길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는 언니에게 알려야할 차례다. 내가 제주를 간다고. 그래서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언니가 누워있는 침대로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언니 나 제주도 가. 오늘."
"뭐? 왜?!?"
"그냥. 다음주부터는 사람 엄청 많아질거야. 이번주 아니면 못 갈 것 같아."

당당하게 말하는 내 대답을 들은 언니의 얼굴이 샐쭉해졌다.
"좋겠다..."
언니의 힘 없고 부러움이 가득한 대답을 들은 내 마음은 부풀고 있던 신남의 50퍼센트가 미안함으로 바뀌었다.

혼자 여행을 가고 싶었던 나는 뻔뻔함과 미안함 중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걸 직감했다. 선택장애가 오기 직전에 다행히 내 입이 "같이 갈래?"라고제안을 하고 있었다.
심지어 더 구체적으로 "내가 전기차 렌트 하니까 오늘 하루 밥 먹고 돌아다니다가 마지막 비행기 타면 되지 않을까?"라고 묻기까지 했다.

언니의 눈이 하이에나처럼 빛이 났다. "그럼 미영언니(언니 친구)도 갈 수 있는지 물어볼까?"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1명에서 3명으로 늘어나지만, 뭐 어떤가.

다시 비행기표를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오늘이 바로 그 4월 3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오늘은 제주의 아픈 역사를 기념하는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돌아오는 비행기편이 없었다. 백방으로 앱을 뒤져가며, 새로고침을 해 보았지만 죄다 만석이었다. 언니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목소리로 "내일 아침 비행기로 올까?"라고 야심차게 말했지만, 수업 시간은 간당간당했다.

"안되겠다....."
언니에겐 미안했지만 나는 숙소를 알아보고 짐을 싸야 했다. 10년 만에 연락이 된 교회 동생에게 제주도 정보까지 받아가며 잘 곳을 정했다. 나를 노려보던 언니는 괜히 신경질을 내기 시작했다.

"어제 말 했으면 갈 수 있었잖아!"

적반하장이다. 그러나 지금 자극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미안해..나도 오늘 아침에 봐서.."라며 최대한 불쌍하게 얘기했다. 왠지 억울한 마음인 건 알 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주섬주섬 짐을 싸느라 노트북도 안챙기고 나왔지만, 어쨌든 난 지금 제주 공항이다.

이제 나만의 제주를 만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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