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편

내 생애 첫 전기차 (2017.4.3 오후 이야기)

by SUN KIM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만난 키 큰 야자수는 내가 제주도에 했다는 걸 알려주는 듯 했다. 마음이 들뜬 나는 한시라도 지체하면 큰 일이 나는 것처럼 5번 출구로 재빠르게 발을 옮겼다.

5번 출구로 나와 길을 건너니 렌터카 종합안내소가 보였다. 속 빈 강정처럼 안내소 안은 비어있었고, 그 앞 주차장은 추억의 봉고처럼 생긴 승합차들이 알록달록한 '렌터카' 광고판을 두르고 있었다.

'전기차라니!'

내 눈이 빠지게 앱을 섭렵한 덕분에 내 생애 첫 전기차 시승을 앞두고 있었다. 지금 제주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는 기아 Soul, 닛산 Leaf, 현대 Ionic, BMW i3가 있었다. 이럴때면 허영심이 발동되어 희귀성에 집착하게 되어있다. 현대는 탈 기회가 많을테니 외제차를 타보겠다고 BMW/닛산 선택 옵션을 예약했다. 현대 아이오닉이 2017년도 새치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예약한 렌터카 회사를 가까스로 찾자 그 추억의 '렌터카' 봉고가 나를 전기차 대여장으로 실어다주었다. 대여장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했지만 은행처럼 차례표를 뽑자 금방 내 차례가 돌아왔다. 얼굴이 까맣게 탄 20대 초반의 남자직원은 하루에 수만 번 해본 듯 계약서를 설명하고 나에게 싸인을 받아냈다.

"어느 거 하실래요?"
"어느 게 나아요?"
"이건 충전소가 많이 없어요."

'무표정' 직원의 손가락은 BMW를 가르키고 있었다. 그렇군. 무표정 직원은 친절하게도 닛산은 국내자동차를 충전하는 곳에서도 가능하지만 BMW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내가 질문을 많이 할 수록 무표정 직원의 얼굴이 미소를 띄는 것 같은 느낌은 내 착각이었겠지.


나의 첫 전기차가 될 닛산 Leaf는 흰색에 통통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4명이 탈 수 있는 널찍한 내부가 낭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컸다. 시종을 켜도 소리가 나지 않고 시동이 걸려도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음악을 틀지 않으면 적막할 정도였다. 엔진이 없어 트렁크가 넉넉하다는 것도 전기차의 큰 장점같았다. 기어는 조그마한 도장같이 생겨서 처음에는 조금 놀랐다. 효율적인 디자인이겠거니 했다. 다행히 작동방식이 적응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조용하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차 앞 주둥이에 급속과 완속 충전을 하는 두 개의 구멍이 있었다. 급속 충전을 하는 구멍이 더 컸는데, 무표정 직원은 특유의 친절함으로 큰 구멍만 사용하면 된다고 설명해주었다.

충전할 때는 충전카드나 충전번호를 준다고 하는데 이 회사는 번호를 주었다. 개인적으로 돈을 내지않아도 되었다. 매번 기름 넣던 생각을 하니 전기차가 축복같았다. 게다가 급속으로 한 시간정도 충전하면 150-200km를 갈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새 세상을 만난 기분으로 차에 탄 나는 검은모래해변을 거쳐 세화해변을 갈 요량이었다. <나 홀로 제주> 책에서 본 세화해변의 '카페 공작소'를 가기 위해 내비를 켰다.

"좋다. 좋다. 좋다."
반갑다.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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