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 Day-32

10분 일기: 구정과 결혼

by SUN KIM

곧 구정이다. 아마도 "결혼이나 하라"는 말을 최소 열 번은 들을 것 같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결혼은 쉽게 되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난 결혼을 심각하게 하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부모 입장에서는 다 같은 마음이란다.

제일 답답한 건 나다. 많이 답답한 날들의 연속이다. 마음도 환경도 말이다. 무엇이든 결정을 하고 나아가야 할 시기인데, 잘 되지가 않는다. 심지어 내 마음도 내 현실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데, 결혼이 마음대로 되냐 말이다.

뭘 해야 행복할 수 있을까. 내 지인들은 나에게 조금 이기적이 되어도 된다고 말한다. 어제 한 친구는 나에게 "너무 지킬 수 있는 것만 말해"라고 했다. 난 지키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말을 하지 않는 편이긴 하다. 그런데 요즘은 지킬 자신이 가끔 없어지기도 한다.

하고 싶으나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일에 대해서는 '하고 싶다'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지점들을 '하고 싶다'에 국한되는 것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결혼할 거예요"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물론 "결혼하고 싶어요"도 잘 나오지 않는다. 친구는 어른들에게 그냥 "결혼할 거예요"라고 듣고 싶은 말을 해주라고 조언했다. 매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놈의 결혼이 뭔지. 새어머닌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니 일단 하란다. 후회도 내가 할지 안 할지 결정하는 거다. 어른들의 그런 말은 꼭 "내가 후회하니 너도 후회할 짓을 해봐라"라는 말 같다. 공감이 가질 않는다.

내 주위에는 행복한 부부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다들 힘든 점이 있겠지만, 그래도 후회하는 것 같진 않았다. 물론 아닌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나름의 이유들이 있다. 그 누구도 겉으로 보이는 다른 사람의 삶을 판단할 수는 없다.

지금 내가 답답한 이유는 결혼을 안 해서도 아니고, 혼자라서는 더욱 아니다. 단지 내 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로 부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자리는 남이 정해줄 수가 없는 일이다. 그 자리를 내가 찾는 게 우선이니까.

그래, 찾을 때까지 듣고 싶은 말이라도 실컷 해드리자. 되든 안 되는 마음은 편하시게 말이다. 허풍이 늘어야 편안한 구정이라니. 난 단지 쉬고 싶을 뿐인데 말이다.


2019년 01월 31일 서울

제목: 구정과 결혼



하소연을..

Day-31은 가족이야기라 비공개로.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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